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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일 Feb 09. 2021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펫로스증후군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시점





반려동물의 장례를 준비한다는 것,


최근 다견 가정, 다묘 가정이 늘면서 죽음을 앞둔 반려동물과의 이별 준비에 대해 이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려 가정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어렸을 때 입양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큰 사고나 병치레가 없는 이상 비슷한 시기에 죽음의 문턱을 넘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생과 사를 예견하고 조율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감당하기 힘들 만한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 대비할 뿐이다.


그래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평소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위치와 장례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면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는다 해도 비교적 담담하게 마지막 인사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아이의 죽음 직후 예약 가능 여부를 묻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연락한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나는 생각보다 서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한다. 좀 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장례 직후에 몰려들 슬픔을 조금이라도 가감해 주기 때문이다. 난 오히려 예약 전화가 아닌, 상담 전화를 먼저 해야 한다고 보호자들에게 설명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고서야, 어쩌면 이제는 준비를 해야겠다는 예감이 든다면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아이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장례식에 필요할 것은 무엇인지, 하물며 평소 좋아하던 간식과 장난감, 사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실제로 급한 마음에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르느라 정작 아이가 좋아했던 간식 대신 급한 대로 공수한 간식을 준비한다거나, 예쁜 사진을 고를 여력이 없어 아무 사진이나 준비해 장례를 치른 뒤 후회하는 보호자들도 많다. 생각해 보면 정말 별거 아니지만, 아이의 유골함을 건네받고 그 무게를 직접 느끼는 순간 그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들만 계속 생각이 나 미안함의 시작으로 후회할 수 있다.


사실 가장 생각하기 싫은 순간이다. 그 순간을 상상하고 시뮬레이션해야 하는 것 자체가 지금 바로 내 앞에서 사랑스럽게 살아 있는 이 아이에게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편한 마음이 들게 된다. 보호자 스스로 아이의 죽음이라는 것은 금기된 상상이고, 장례를 대비하는 것만으로 아이의 수명을 깎아먹는 짓처럼 느낀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기 위한 준비가 슬픔을 무디게 한다거나 죽음을 덜 무겁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다견 가정이나 다묘 가정도 마찬가지다. 비단 보호자들의 장례 경험이 축적된다고 해도 슬픔의 크기가 준다는 것은 아니다. 다소 허무맹랑한 표현일 수도 있는데, 잘 슬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펫로스 증후군의 요인 역시 여기에 있다. 죄책감과 후회의 반복은 펫로스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세다. 무엇보다 살아 있을 때와 죽었을 때를 두고 보았을 때 이토록 극단적인 상황에서 그 누구라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란 힘들다. 그래서 아이를 보내고 자신의 펫로스 증후군을 예방한다는 것은 정말 어림없는 짓이다. 펫로스 증후군과 이것을 동반한 우울감은 이미 아이의 죽음 예견한 순간 시작된다. 그래서 미리 대비하고, 잘 슬퍼해야 한다는 것이다.


슬퍼할 수 있는 기회는 보호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누구보다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떠난 후에는 아, 그랬었지. 왜 그렇게 안 해줬을까, 같은 후회로 일상의 모든 부분에 우울을 묻혀 놓을 뿐이다. 아이의 죽음이 예견되면, 미련할 만큼 아이의 남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많은 부분을 쏟는 걸 추천한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들은 이미 떠난 반려동물들과 만나기 때문에, 오히려 보호자를 걱정한다. 숱은 장례를 치르면서 정말 다양한 보호자들을 만나지만, 장례 직후보다 일상으로 돌아간 순간 몰아치는 비탄을 피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 아이의 유골함을 안치해 둔 보호자 중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방문하는 보호자도 있다. 집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삶의 여유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하지만 매일 함께했던 아이가 사라진 집 안을 못 견디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유난을 떤다고 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달리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라고 있는 곳이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혹은 납골당은 말이다. 비록 몇 달이 지나서도 여전히 방문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아픔을 그렇게 조금씩 만져가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아이의 마지막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사랑을 표현하는 시간만으로도 함께했던 시간이 절대 바뀔 리 없는 추억으로 온전히 남을 것이다. 그만큼의 추억을 안은 채 아이가 홀로 떠나는 길을 잘 안내해 주는 일이 보호자의 마지막 숙제일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그들의 옆을 함께 지켜주며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은 낯설지 않도록 천천히 안내해주고 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시점은,

보호자를 지켜주는 위치에 있다.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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