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당하는 가족의 이별 예식을 위해보호자와 나는 서로가 장례 접수서를 마주한 체예식 절차를 시작하게된다. 이때 접수서에는 생전아이의 기본 정보를 기재하는 항목이 있고,보호자에게 직접 수기로 작성을 부탁드린다.
모두가잠시 기억을 해보면,
실제로 펜을 이용해서 내 소중한 아이의 이름을과연 몇 번이나 수기로 기입해보았을까?
그렇다,
나부터도 우리 '싼쵸' 이름을 그 어디에서도
수기로 기재해 본 적은없었던 것 같다.
보호자면 누구나 그럴 듯 내 아이에 대해서는가장잘 알고 있을 보호자들이지만, 생각지 못한항목에쉽게 펜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이를테면아이의 품종을 기록하는 항목에서는MIX ‘믹스’라는 글자를 앞두고 쉽게 쓰지 못하는가족과보호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특별한 아이’라고 쓰셔도 된다고 안내한다.
사랑하는 대상이었고 그 대상의 종류를 이제 와나누는 것이 무의미한 반면, ‘믹스’라는 범주에내아이를 기록하는 부분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속상한 마음까지도 든다고들 한다.
접수서 항목에서 품종 명을 기재해 달라는 요청은정확한 기록을 위해서지만, 한편으로는 품종이란범주를 구획해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것 자체가차별은 아닐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의 장례절차 중 혹시 모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아이들의정보로서 품종의 기록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반대로 ‘믹스’는 물론 ‘똥개’라고 망설임 없이기재하는 보호자들도 있다. 이는 다소 애정이 없어보이는 어휘일지라도 그것이 아이를 적게 사랑하는것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의 체중을 적어야 하는 항목이있다.그때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망설이게 된다. 투병생활을 해 왔거나 노령이 되어 연명 생활을해오다사망한 아이들의 체중은 보통 야윈상태이기때문이다. 그래서 보호자에게 병원에서측정한마지막 체중을 기재하게 하는 것은 달리보면고통스러웠던 장면을 재생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는 아이가 가장 예뻤을 때 체중을 적어달라고 안내한다. 이제 와서 아이의 체중이 중요한게 아니란 것을 보호자도 알고 있고, 나도 안다.그렇다면 꼭 필요한 행정 절차이지만 조금은 달리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이렇게 사소한 부분이 보호자의 심리에 영향을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최근에는접수서의 ‘생년월일’과 ‘망년월일’ 항목을 각각‘가족이 된 날’, ‘소풍 떠난 날’로 수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호자들은 아이의 장례 접수서를 직접작성하면서 아이의 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그래서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미뤄두었던 눈물을 이르게 흘리기도 한다.
그때의 보호자 입장을 모두 다 헤아릴 수 없겠지만,아마도 내 아이의 이름을 직접 기입하면서 눈 앞에잠시 동안 짧지 않은 필름이 순식간에 지나갈 것같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절실했고 소중한 존재로그리고, 그 어떤 존재보다 사랑했을 존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