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몽 Mar 20. 2021

윤동주 「새로운 길」 「십자가」 「길」 감상하기

검색해보니 그 당시 시집이 있어서 무척 반갑다고 생각했는데, 앗. 개정판인가 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이전의 것, 1990년 1월 20일 발행본이다. 시는 이 책에 표현된 대로 그대로 옮겨보았다. 오타가 아니고 이 책을 기준으로 그대로 옮긴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이 사진, 영화 <동주>에서 봤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 사진을 보고 나서야 송몽규를 제대로 보았다. 강하늘 배우도 연기를 잘했지만, 송몽규 역할을 했던 박정민 배우도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어 내심 놀랐던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본 영화였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또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여전히 기회를 못 잡고 있다. 어쨌든 이 시집의 앞쪽에는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으니 훑어보고 본격적으로 시 감상에 나선다.

또 윤동주 시집을 꺼내 들었다. '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실 수 있겠다. 암요. 좀 그렇긴 하다. 하지만 감상할 시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장에 시집이 많아서 어떤 것을 꺼내 들지 고민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이 가는 시를 내가 더 본다는데 뭐라 하지 마시고 어여삐 보아주시면 좋겠다. 흠흠.



오늘 내가 또다시 윤동주의 시집을 꺼내 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상하다. 윤동주의 시는 이미 자주 접했다. 어렸을 때도 커서도 마찬가지다. 시를 읽겠다고 생각하며 그랬고, 영화를 보면서도 그랬으며, 시험문제 푼다고 열심히 시를 외우고 베껴 적고 다 하면서 컸는데, 참 이상하다. 이런 적이 없었다. 며칠 전 「별 헤는 밤」을 직접 낭송하다가 찌르르~ 전율이 느껴지며 나도 놀랐다. 나에게도 시를 감상하다가 이런 감정이 생기다니! 어서 더 읽어보자.



그렇게 오늘 꺼내 든 시집은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검색해보니 그 당시 시집이 있어서 무척 반갑다고 생각했는데, 앗. 개정판인가 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이전의 것, 1990년 1월 20일 발행본이다. 시는 이 책에 표현된 대로 그대로 옮겨보았다. 오타가 아니고 이 책을 기준으로 그대로 옮긴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이 사진, 영화 <동주>에서 봤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 사진을 보고 나서야 송몽규를 제대로 보았다. 강하늘 배우도 연기를 잘했지만, 송몽규 역할을 했던 박정민 배우도 영화를 풍성하게 해 주어 내심 놀랐던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본 영화였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또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여전히 기회를 못 잡고 있다. 어쨌든 이 시집의 앞쪽에는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으니 훑어보고 본격적으로 시 감상에 나선다.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5.10.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단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1941.5.31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9.30.


오늘은 문득 <십자가> 시가 마음을 치고 들어온다. 단순히 문자로서, 희망사항으로서,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실제 그의 삶이 그러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문득 울컥한다.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고 속상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묵직한 돌덩이 하나 얹는 듯한 느낌이 드는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영랑, 박용아 시집『永郞,龍兒시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