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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May 01. 2021

김소월 시 「금잔디」 「봄비」

어젯밤에 비가 무섭게 내렸다. 천둥소리 우르르 쾅쾅~ 듣다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없는 잘못이라도 꺼내들어 사죄하며 제발 멈추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제 여름으로 향해가는 봄비인 것일까. 봄을 보내기 싫어서 평소보다 좀 더 몸부림치는 것일까. 격하게 울리는 천둥이 내 마음을 알리는 듯하다.



이렇게 비가 내리니 생각나는 시가 있다. 김소월의 「봄비」이다. 오늘 감상할 김소월의 시는 얼핏 보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곰곰 생각에 잠기면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애달프다. 사는 게 서럽고, 계절이 가는 게 서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변하는 것을. 오늘은 김소월의 시 「금잔디」와 「봄비」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봄비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으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그치지 않을 비도 그치고, 천둥소리도 멎고 나니 모든 것이 다 거짓말같이 지나가버렸다. 마당에 장미는 어제보다 더 피었고, 곧 반팔을 꺼내 입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 봄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오늘따라 서러운 내 마음을 시 「봄비」가 들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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