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있는 물건 치우기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예전에 여행을 다녀온 때가 떠오른다. 분명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딱히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 방인데 한참만에 돌아왔더니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행을 할 때에는 가방 하나에 들어있는 소지품으로도 딱히 부족함은 없었는데, 집에 와보니 필요할 것 같아서 들여놓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문득 일본 못토이후 미쓰조인 주지로 있는 나토리 호겐의『모으지 않는 연습』이 떠오른다. 그 책의 머리말에 있던 글이 화두처럼 마음에 훅 들어왔다.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삶이란,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모으고 쌓아 끊임없이 늘어나는 물건들.
우리는 그 수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모으지 않는 연습』6쪽


물건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배우며 자라온 세대와 그 모습을 보고 커온 그다음 세대, 모두들 자신만의 물건을 쌓아가며 살고 있다. 타인의 공간을 볼 때는 '왜 그런 물건까지 처리하지 않고 가지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있거나 필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의 시간이 쌓여가고, 기억이 늘어간다. 사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의 물건들과 기억은 추억일까, 짐일까. 지금껏 정리하지 않고 놓아둔 것들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은 이 책을 읽다가 바닥에 둔 물건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일단 바닥에서 다 끌어올린 후 바닥을 한번 청소하고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준다. 수납장에 넣기도 하고 쓰레기통에 가기도 하며 후다닥 자리잡기를 해준다.


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바닥에 둔 물건은 다른 허드레 물건을 자석처럼 끌어당겨 계속 몸집을 불리는 강력한 파워를 갖추고 있다. 그 때문에 처음에 놓아둔 작은 물건 하나가 금세 거대한 산더미로 성장한다. 그리고 어느 틈에 방은 창고로 변한다. 창고에서 생활할 정도로 영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수납장에 넣지 못해 바닥에 놓은 물건은 외로움을 잘 타서 즉시 동료를 불러 모은다.
-『모으지 않는 연습』198쪽


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잠깐씩 둔 물건들이 그냥 자리 잡아버리기도 하니까 어느 순간 보면 거기에 모여 있는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점점 늘어나니 주기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오늘은 바닥에 쌓아놓은 책, 택배 등의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두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당분간은 바닥에 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령 때때로 잊어버리고 바닥에 물건을 두더라도 가끔씩 만이라도 기억을 해내고 실행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바닥만 치워놓고 바라봐도 새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부터 치울지 막막할 때 바닥만 치워보아도 산뜻한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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