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사를 보니 "하늘 위에서 먹던 기내식 그대로, 항공업계 배달 서비스 시작"이라든가, "기내식 먹으며 한반도 한 바퀴" 등 여행 기분이라도 내는 갖가지 방법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희망을 예약하세요"라는 단돈 만 원으로 내년 여행을 예약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순식간에 예약자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여행도 여행이지만,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암울할수록 더더욱!
이럴 때일수록 여행을 하지 못한다는 좌절감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꿈과 희망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버텨내고 견뎌야 한다. 내 방에 체크인하는 것도 좋고, 여행했다 치고 가보고 싶은 곳을 하나씩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여행 계획을 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희미해진 추억을 붙잡아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을 직접 하는 대신, 이렇게 여행을 떠올리는 것으로 들뜬 시간을 보내야겠다. 하루에 한 번, 조금씩 야금야금. 일상에 약간의 조미료를 치듯 여행 생각에 잠긴다.
오늘은 '공항'에 대해 생각해본다. 공항은 여행지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예전에는 여행을 하기 위해 그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곳이니 어떻게 하면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아쉬웠다. 그것도 여행의 시작인데, 들뜬 기분을 좀 더 느껴도 되는 것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보면 이렇게 말한다.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깔끔하게 포착한 단 하나의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당연히 가야 할 곳은 공항의 출발과 도착 라운지밖에 없을 것이다.(16쪽)"라고 말이다. 그 책은 작가가 어디 어디를 여행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공항에서 보이는 풍경만을 묘사했을 뿐인데도 그것이 의외로 재미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찌 보면 공항을 지난다는 것은 그저 사소한 일일 수도 있으나, 그곳만을 의미 있게 부각시키면 그것 또한 엄청난 의미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항도, 기차역도, 여행지를 정하기 전에는 갈 생각도 하지 못한 곳이었지만, 사실은 여행지를 정하지 않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듯하다.
언제든 갈 수 있을 때에는 갈 수 없는 이유 백 가지는 척척 댈 수 있을 거였으면서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냥 그립기만 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다음 여행은 꼭 여유 있게 길을 나서서 공항부터 차근차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것이다. 여행은 좀 더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해도 되니까. 공항은 일상에서 여행으로 시공간을 전환하는 시작점이니, 변신하는 기분으로 여행의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어서 그런 날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