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이라고 해서 기억해두고 달려가는 성향은 아니다. 그냥 근처에 들어가 봐서 덜커덕 잘 걸려들면 운 좋게 맛 좋은 음식을 먹게 된다. 남들이 맛있다고 평가한 곳에 그저 똑같이 찾아가서 같은 메뉴를 먹고 '나도 좋았다.'라고 하는 것은 여행의 매력이 감소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맛집은커녕, 돈 주고 먹기 힘든 음식들에 굴욕한 경험이 여러 번이다. 대만에서 그랬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그랬다. 웬만하면 맛있게 기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타이베이 여행할 때가 생각난다. 메뉴에 친절하게도 음식 사진이 있어서 그냥 '이거 주세요' 하기에 정말 좋은 음식점이었다. 사진 상으로는 '조개탕' 느낌이었다.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어서 그런지 뜨끈한 국물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 먹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며 '이거 주세요' 하며 시켜봤는데, 정말 실패 실패 대실패였다. 아마 여행 중 아무 거나 시켜먹은 음식 중 워스트 1위일 것이다. 꾸역꾸역 먹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한입 딱 먹고 더 이상 먹을 수 없어서 남겼던 기억이 난다. 음식 문화권이 다르면 이렇게 대략 난감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음식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것이다. 안 먹고 다 남기는 음식을 시켜본 것은 난생처음이었으니 이 기억이 강렬하게 오래 남는다. 사실 그곳은 백화점 위층의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여서 그런지 더 열패감을 느꼈다.
'아무거나' 시켰다가 호되게 당하기를 여러 번, 여행의 기분까지도 좌우하니 맛집을 검색하고 갔지만, 그렇다고 맛집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잘 몰랐다. '남들은 맛있다는데 난 왜 이러지?'라며 억지로 '맛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먹던 것이, 사실은 "난 맛없어요!"라고 외쳐도 될 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안'맛집의 최강 기억은 이탈리아 여행할 때였다. 엄마와 여행을 계획하며 이미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신 엄마에게 여쭤보니 "거기는 아무 데나 들어가도 다 맛있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래요. 나 정말 맛집 안 알아볼 거예요. 정말 아무 데나 들어갑니다."라고 하며 여행길에 나섰고, 아무 데나 들어가서 몇 끼 호되게 당했다. 피자는 너무 딱딱해서 비둘기한테 던져줘도 안 먹을 듯하고, 파스타는 간도 안 맞고 덩어리 져서 곤혹스러운데 가격만은 '이걸 왜 이 돈 주고 먹지?'라는 의문이 들만한 그런 상황이었다.
참다 참다 엄마에게 한마디 했다. "아무 데나 들어가니 다 이모양인데, 도대체 맛집이었다는 데는 어디예요?" 엄마가 당황하시며 더듬더듬 말씀하셨다. "거기, 음…… 나무가 큰 거 하나 있었고… 정원이 있었나?" 음식점 이름이라도 알고 싶다는 요량으로 질문했는데, 엄마의 황당 답변에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엄마가 말하는 맛집에 가서 '엥?' 했던 기억이 난다. 맛집이라고 데려가셨는데 왜 그런 곳 있지 않나. 정원이 넓게 있고 그런 곳 말이다. 음식에서는 '도무지 어느 부분에서?'라는 생각이 들었던 지난 시간들, 그리고 서귀포에서도 맛집이라고 강력 추천하시던 그곳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던 것을 떠올린다. 엄마의 맛집은 그저 분위기 맛집이었다는 것이 이제야 퍼즐 조각 맞추듯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중국집에 다니며 겨우 연명했다. 돌도 씹어먹는 체력인 내가 속쓰림을 경험했던 유일한 여행이었으니, 맛집보다 '안'맛집이 기억나는 여행이었던 것이다.
세 명의 심리학자가 인정욕구에 대해 써낸 책 『나 좀 칭찬해줄래?』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의 언어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감정 표현을 위해 사용하는 형용사에 긍정 정서보다 부정 정서에 대한 표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죠. '언짢다, 짜증난다, 속상하다, 서럽다, 열받는다, 폭발하기 직전이다, 울화통 터진다' 등 사람들은 다양한 부정 정서를 아주 세분화해서 느낍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더라도 부정적인 단어에서 더 많은 정보를 포착해내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나 좀 칭찬해줄래?』 (17쪽)
그러고 보면 기분 좋은 무언가는 '행복'이라는 단어로 통일해서 두리뭉실하게 '좋겠다' 생각하고 말면서도, '불행'에 대해서는 아주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적확한 단어 표현이 가능하면서 소문도 빠르게 퍼져나간다. 눈덩이처럼 무언가 붙여서 말이다.
어쩌면 지금 그 타이베이 음식점에서 먹었던 다른 음식은 아무리 떠올리려 애써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 맛없던 조개요리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맛없던 음식도 딱딱했다, 식었다, 간이 안 맞았다 등등 메뉴와 상황이 다 기억나면서도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은 '좋았다' 하나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