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에서 갓 꺼낸 고구마 같던 너는

나를 움직이게 하지

by salti


나는 30년 넘게 나를 성장시키는데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의 고민이나 성공 소식을 듣고 그 사람을 위해 슬퍼하거나 기뻐해주는 일은 일시적이었다. 뒤돌아서면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서 나는,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한 날이 많았다.
그들은 고민하고 성취하며 나아가는데,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 초조하고 한심했다.
자존감은 낮아졌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급하게 도전했다가 실수하고 나가떨어지길 반복했다.


그런데 너를 낳은 뒤 비로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모닥불에서 갓 꺼낸 뜨거운 고구마 같았던 너를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 네가 내 품에 안겨 울음을 그쳤을 때, 네가 뻐끔뻐끔 젖을 찾다가 짜증이 나서 끄엉 눈물을 터트렸을 때, 너를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나를 위해 살 때 보다 너를 위해 살면서 성실한 인간이 되어간다.

내 생을 지워가며 네 생을 그리는 이 삶이, 힘들어도 우울해지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전보다 충분히 쓸모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위안을 더한다.
가끔 우울해질 때, 너를 다독이면서 나를 다독인다.


너는 이제 뜨거운 껍질을 벗고 보드랍고 포동포동한 속살을 입었다. 너를 만지면 행복해진다. 네가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난 원래 고구마 좋아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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