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렇게 묵묵히 나에게 집중합니다
산에는 깔끔하고 편하게 조성된 계단이 있습니다. 계단과 계단 옆 오르막길, 어느 길로 걷고 싶으세요?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산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는 계단을 따라 힘겹게 오르는 반면 아빠는 자꾸 계단 옆에 있는 산길을 밟으며 걸으셨습니다.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편하게 오르라고 만들어놓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왜 굳이 더 힘든 길을 골라 걸으실까?
나이가 들어 제가 혼자 산에 오르게 되자 이번에도 같은 계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계단을 따라 걸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빠가 그러했듯 샛길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것을 보고 어느 날은 저도 계단 옆의 오르막길을 올라보았습니다.
의외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계단을 따라 걷는 것보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훨씬 쉽게 느껴졌습니다. 그것을 스스로 느낀 후에는 늘 계단 대신 오르막을 걸으며 산을 오릅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손녀와 함께 산을 오르는 할아버지가 오르막길을 오르며 손녀딸에게 계단보다 이쪽으로 걸으면 더 안 힘들다고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고 역시 어르신들은 경험을 통해 다 알고 계시는구나 싶었습니다.
모두를 위해 만들어져서 결국 모두에게 꼭 맞지는 않은 일정한 폭과 높이를 지닌 계단과 달리 오르막길에서는 나의 보폭과 페이스에 맞추어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오르막이 더 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보기에는 계단이 더욱 깔끔하고 편안할 것 같지만 막상 나의 키와 몸무게, 발, 다리 길이, 보폭과 나의 현재 컨디션에 따라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걸음의 모습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나이니까요.
우리는 살다가 너무나 쉽게 주의를 바깥에 둡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슬쩍 보다가 찾아보다가 판단하다가 비판까지 합니다. 그러는 동안 나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저 나의 길을 걷습니다. 나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눈감고 귀 닫고 독불장군 처럼이 아니라 비판이나 판단 없이 그저 수용합니다. 열 명의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의 인생이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모두의 상황과 여건, 성격, 외모, 기질이 다르니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지금 누가 만든 삶의 기준을 따라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