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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청바지를 입지 마라!

by 심상보

청바지에 사용되는 인디고 염색은 염료가 섬유에 완전히 침착하지 않는 불완전 염료다. 때문에 청바지는 마찰이나 햇빛에 노출되면 쉽게 색상이 빠진다. 청바지디자이너들은 청바지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사용감을 워싱과 데미지를 이용해 청바지를 디자인한다.


그런데 청바지의 워싱과 데미지는 실제로 사용하면서 생기는 모양을 표현하지만 진짜 낡은 옷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가장 이쁜 모양이 나오도록 워싱 방법을 정하고 틀을 만들어서 데미지를 준다. 그래서 청바지를 처음 샀을 때 색상과 워싱 상태가 디자이너가 의도한 디자인이다.


청바지를 실제로 입기 시작하면 원래 디자이너가 의도한 모양은 점점 사라진다. 색상이 흐려지면서 칼라 콘트라스트가 약해져 캣 워싱도 잘 안 보인다. 이상하다.


청바지는 아주 튼튼한 면소재로 만든다. 그래서 청바지의 수명은 아주 길다. 하지만 디자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워싱이 흐려지면 수명은 다한 것이다. 라이트 한 청바지도 처음 샀을 때는 칼라에 콘트라스트가 있다. 스티치선 주변은 짙고 나머지는 흐려서 이뻐 보이는 거다. 이걸 계속 입고 빨다 보면 전체가 흐려진다. 청바지는 입기 시작하면 원래 색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지나면 원래 색상을 알 수 없게 된다.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아도 사망한 청바지다.


거리에 사망한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는 안된다. 사망한 청바지는 보내드려야 한다. 청바지가 이유 없이 비싸던 시절도 지나갔다. 오래된 청바지는 버리고 산뜻한 청바지를 입어라.


이정도 꽃다발을 들고 있다면 예외 일수도!(루이 비통의 새로운 앰배서더, 제레미 앨런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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