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상은 May 24. 2022

오늘의 걷기

‘N’의 망상과 함께하는 산책

 지금   시기, 저녁 바람을 좋아한다. 더운 해가 지고 땅이 서서히 식어가는  밍밍한 시원함을 좋아한다. 그래서 피곤하고  지치는 날이어도  산책을 하려고 한다. 오늘은 샛강생태공원 숲길을 시작으로 한강까지 가는 코스를 짰다. 저녁을 먹고 슬슬 나서니 일곱시 반이었는데 그때까지도 밝았다. 샛강공원으로 들어서니 서로의 푸름을 자랑하듯 초록 세상이 가득가득했다. 전에도   있듯이, 샛강공원은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숨은 명소인데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양쪽으로  나무들이 샛강을 지키고 있고 사이사이는 수풀, 이름 모를 꽃들로 가득하다. 산림욕을 하고 싶다면 멀리  필요 없이 9호선 샛강역에 내리면 된다.


 우거진 숲이기 때문에 해가 있는 시간을 추천한다. 나도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혼자   있을까.. 고민하다가 뒤에 다섯 명쯤  보이는 무리가 걷고 있기에 걱정 없이 걷기 시작했다. 샛강 길을 따라가다 보면 63 빌딩을 지나는 시점에서 한강과 만나는 넓은 공간이 있는데 여기만 지나면 여의도 한강공원이 나타난다.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은  같은데 점점 노을빛이 돈다. 그리고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려온다. 둘러보니 한쪽 벤치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색소폰 연습을 하는 아저씨가 계신다. 인적도 드물어 연습하는  최적의 공간이다. 마음대로 연주할  있고 피해도 주지 않고, 심지어 걷는 사람들에게 좋은 배경음악을 틀어주기도 하니까. 저쪽   운동장 끝에는 혼자 앉아계신 아저씨가 보인다. 무슨 일로 저기 혼자 있는지 궁금하다.

하늘이 파아랗다. 이 시간에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생각을 비우기 위해, 정리하기 위해 산책을 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보이는 것들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된다. MBTI  N 있으면 별의별 망상을 다한다던데 내가  그렇다. 여러 장면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해서  머리는  시간이 없다. 앞에는 손잡고 걷는 중년부부가 보인다. 우리 부부도 산책을  좋아하는데 몇십  뒤의 우리 모습 같아서 눈에 담아본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갈림길에 놓였다.  길이 맞을까  길이 맞을까 고민하고 선택하며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하나로 연결된 길들이었다. 어쩌면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여러 선택지에서 하나를 선택하지만 결국 나의 운명에 수렴하는 ..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종국에는  최선의 ‘ 있을 테니까.

 아무튼 사람이 그득한 여의도 한강공원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 마포대교까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 돗자리도 무수하다. 돗자리들을 보다가 대학교 시절 추억이 떠올라서 친구에게  같이 오자고 메시지를 보낸다. 산책하면서 생각도 해야 하고 메시지도 보내야 하고 야구 스코어도 간간히 확인해야 한다. 중요한 상황이면 벤치에 잠시 앉아서 경기를 봐야 한다. 바쁘다 바빠...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만보를 채울  있을  같다. 돌아가서 글을 써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걷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