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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은 Jul 23. 2020

10. 나 혼자 자가격리 3 - 격리 종료 이후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격리 종료를 한지 벌써 한달이나 흘렀네요. 집에만 있을 때는 '벌써' 라는 말을 담지도 않았는데,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니 하루하루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바깥 생활이 이렇게 중요하다는걸 새삼 일상에서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격리 종료 이후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을 자잘하게 적어봅니다. 




아차차 마스크?

허리춤을 다 두르고도 남을 마스크


사실 격리 이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종종 잃어버리거나 그냥 나오는 날도 있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착용했지만 식당 가거나, 미팅을 다녀오면 손에서 잃어버리는게 일쑤였죠. 그 때마다 편의점에서 사는걸로 해결하곤 했습니다. 격리 이후부터는 아차차, 마스크! 라는 말이 안나오게 되었다죠. 허리춤을 돌려 채울 정도로 마스크를 여러개 챙겨서 나갑니다. 비닐 지퍼팩에 여분의 마스크를 넣고 나갈 수 있게 자주 쓰는 가방마다 미리 넣어두기도 하고요. 일상이 이렇게 또 바뀌었습니다.


한가로운 낮

예약의 습관화 


은근히 즉흥적인 스타일이라 뭔가 정해놓고 하진 않습니다. 특히 식당 예약을 하지 않아 장시간 기다렸다가 밥을 먹는게 익숙한데요.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남는게 시간이다 보니 직장인 식사 시간대를 피해 먹을 수 있기에 그래왔던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제게도 가장 큰 변화가 찾아왔으니, 바로 예약을 철저히 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신기하죠? 식당 운영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기다려서 먹을 수도 없고, 네이버 입장코드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더러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뜻하지 않게 열심히 예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어느 자리에 앉을까? 고민하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제는 손세정제가 어디 구비되었는지를 보게 되더라고요. 만약 없는 곳이라면 괜히 신경 쓰이기도 하고요. 사소하고, 익숙했던 습관이 자꾸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격리 이후 처음 받은 축하 꽃

우리집에 와, 괜찮으면


외출도 많이 줄었습니다. 격리 종료 이후로 아르바이트로 다니고 있던 어학원에 재택근무 전환을 신청했습니다. 사무 보조이고,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바로 신청했더라죠. 그래서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집에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재택근무가 익숙해서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많은 곳은 확실히 피하고 싶더라고요. 친구들과의 약속도 달에 한 번, 갑작스레 만나더라도 "우리집에 와, 괜찮으면" 이라는 말을 건넵니다. 덕분에 술안주 실력이 늘어나 이제는 '조상은 바' 라고 불릴 정도죠. (물론, 그전에도 조상은 Bar는 운영했지만, 혼자 있는게 좋아 자주 초대하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불안감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거기에 감염자가 오면 어떡하지? 라는 사회적 불안감이요. 얼굴도 모르는 n번째 감염자를 미워하고 싶지 않지만, 2주간의 자가격리를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미묘해집니다. 어쩌다 이렇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미워하게 됐을까요. 아무렴 방역 체계가 잘 되어있는 한국이지만 서로를 알지도 못한채 미워하게 되는 문화로 바뀌는건 어쩐지, 내키지는 않습니다. "우리집에 와, 괜찮으면" 이 한마디가 누군가한테는 불안한 신호처럼 들릴까, 저는 여전히 말을 머뭇거리곤 합니다. 


표정이 딱 엄마와 같구나

마침표 없는 삶


그날 이후, 저는 마침표를 잘 찍지 않게 된거 같습니다. 여전히 계속될 이 사태가 두려웠거든요. 하기로 했던 모든 일들이 결론이 나지 않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답도 없는 바다에 던져진 기분은 격리 이후부터 쭉 이어지고 있거든요. 조용히 집에서 글을 쓰면서도 마침표(.)를 쓰지 않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이대로 흘러흘러 어디론가 가겠지- 라는 계획없는 말들을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했고요. 설령 코로나 19가 종결돼 일상을 되찾는다고 해도, 원래 있던 삶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숱하게 올라오는 채용공고를 보면서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후져도 이회사라도 가서 몸 하나 건사할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남들은 배부른 소리 하지말고 최저임금을 준다고 해도 가라고 등을 떠밉니다. 이럴려고 프리랜서로 있었던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자꾸 벽이 하나씩 무너져 내려가 한동안은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이 이토록 쉽게 무너지는데, 마침표를 잘 찍는다고 한들 남는게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도,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어찌되었든 격리 기간이 끝났고, 새 습관으로 살아가는걸 보면 마침표는 반드시 찍히게 될거라고 믿습니다. 물론 코로나 19 사태는 분명 종결될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반드시 끝날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 저는 다시 일어설수있을지 의문은 듭니다. 끝날듯 끝나지 않는 이 시국에, 제 자리에 볕 드는 날이 올순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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