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언제부터 나와 미술이 지독하게 얽혔던 걸까?
잘난 재능 하나 없다고 느꼈던 어린 날의 나에게, 그림 실력은 마치 선물처럼 찾아왔다.
'00 이는 미대 가야겠네', '00 이는 미래에 멋진 화가가 되겠네' 그 말들은 끝까지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들이 점친 미래와 같이, 나는 미대에 진학하고 한때는 작가를 꿈꿨다.
어찌어찌하여 지금은 다른 진로로 나아가고 있지만, 미대에서 배웠던 것들은 여전히 내 삶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표현하고 싶은 바를 표현해 내는 능력, 사소하게는 조화롭게 배치하는 방법이나 인체 구조를 읽는 방법까지.. 깊이 있게 세상을 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전공이 몇이나 될까? 그런 점에서 내 전공이 좋았다.
미대를 졸업한 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다.
미대를 다니던 때에 이 글을 썼다면 얼마나 더 생동감이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만,
이제라도 와서 미대에서 생존한 경험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미대생 존기'의 제목처럼,
미대생이 어떻게 그 안에서 생존했고,
현재 어떻게 존재해나가고 있는 지를.
꽤나 예전의 경험을 펼쳐놓는, 한 미대 졸업생이지만,
내가 쓰려고 하는 이 글은 실제 4년간의 미대 생활을 끝내고 졸업 전시까지 마친 사람의 생존 기록이다.
이 글이 미대를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 미대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궁금했던 사람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 등등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한, 사람들이 미대에 대해 가지는 지나친 환상과 평가절하가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변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