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
드디어 출국 게이트 앞이다. 출국 전까지 SJ는 본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벤쿠버로 간다는게 믿기지 않다는 듯이 ‘정말 가는 거야’라고 혼잣말을 해댔다. 무작정 계획 없이 이렇게 도전을 해보는 게 처음이라 그렇다며 중얼거리고 있다. SJ가 저렇게 말을 하지만 모든 걸 계획을 짜고 움직이는 타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웃음이 나왔다. 오히려 이것저것 계획을 짜보고 예산을 세워보는 건 이쪽이다. 단지 지르는 건 내가 더 잘하고 SJ는 생각보다 안전한 걸 선호하는 게 다를 뿐.
뭐가 됐던 간에 회사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라는 걸 나는 고민했으나 같은 결론이었다. 다시 남는 들 달라지는 건 없다. SJ도 고민을 많이 했으나 우리는 결국 게이트 앞에 대기줄에 서있다. 우리 둘 다 이 결정이 최고의 결정인지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는 지금 벌고 있는 월 수입 수준으로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이 떠나는 건 계속 있어봤자 지금에서 달라질 게 없다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된 들, 갔다온 후 뭐가 그리 달라져 있을까? 라는 질문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우리를 걱정해주는 고마운 분들이지만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대학 졸업 후 정착한 곳에서 지금까지 계신 분들이다. 사람은 환경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게 된다. 어학연수 시절부터 느낀 건데 ‘정신일도 하사불성’ 이런 말보다는 ‘인간은 공간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라는 말이 더 맞다고 본다. 특히 SJ와 꼭 같이 가보고 싶었다. 밴쿠버에서 느낀 슬로우 페이스와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SJ가 느껴봤으면 했다. 어느 국가든 삶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한국과 일본처럼 그 길을 좇아야 하는 압박이 많은 곳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SJ가 한국과 일본에 봐온 삶의 속도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의 삶의 속도를 단기 어학연수 시간에라도 느낄 수 있었다면 우리의 출발은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