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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헤부부 Oct 26. 2020

Ep. 00 - 과고, 안가면 안되겠니..

어머니의 눈물

고등학교 입학이 결정되고 얼마 안 된 어느 저녁식사시간이었다. 어머님께서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신다. 그리고, 입을 여셨다. 


혁아, 그냥 과학고 안가면 안되겠니?

당시 내가 다니던 동네 학원에는 건물을 가질듯한 현수막이 달리고, 주변에서는 축하의 인사가 넘쳐났고, 개인적으로 감사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가장 기뻐하셨을 것 같던 어머니의 입에서 생각지 못한 말씀이 나왔다.


“이제 고등학교 가고, 대학가고, 군대 다녀오고 하면 직장 취직해서 결혼한다고 할텐데… 벌써부터 나가 살면 이제 언제 집 밥을 먹겠니”


사실 그때는 어머니의 눈물이 이해되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둘을 낳고 키워보니 그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려한다. 아직 어리숙하게만 보이는 자신의 자녀가 곁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을 한다고 하는 소식이 부모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눈물에 마음이 복잡했다. 당시에 과학고 합격이 보장되어있어도 비평준화의 마지막 세대였던 나는 해당 지역 인문계 학교 중에 가장 좋다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잠깐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길지 않은 침묵을 끝내고 나는 가겠노라고 답했었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결정을 내렸었을까? 


내 삶에 과학고등학교라는 단어가 들어온 것은 중학교 3학년 진학이 결정되지 직전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그런 학교가 있는지 조차 몰랐었다. 중학교때 만나게 된 아주 친한 친구가 과학고등학교에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기에 나도 솔깃하였고, 담임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원이라도 해보고싶다는 마음으로 원서를 써서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합격을 하게 되었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과학도 좋아하는 것이었지 과학에 심취한 학생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는 국어를 사랑했고, 2학년때는 음악이 좋았고, 3학년떄는 미술이 좋았다. 4학년때부터 공부에 맛을 들이더니 5,6학년때는 그래도 반에서 3등안에는 들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어 반배치 고사를 보았는데 전교 50등이라는 성적을 받았다. 그러다 좋을 벗을 만나 그 친구를 따라다니며 도서관을 다녔다. 이 친구가 앞에서 말한 그 친구이다. 아버지께서 학원차량 운전기사로 일하고 계셔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학원을 다녔었는데, 평소에 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도서관에서 자기주도학습을 병행해서 했었다.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끊임없이 동기부여해주는 담임선생님이 계셨고, 가까이서 함께 공부하는 라이벌이자 친한 벗이 있었으니 삼박자가 맞아서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는 전교1등도 할 수 있었다. 성적이 오르면서 시에서 운영하는 영재반 교실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경시대회나 탐구 실험대회에 나가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친구와 나간 탐구실험대회는 도 대표로 전국대회에 참여하는 등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때 내신과 과학탐구실험대회의 경험이 과학고에 합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과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쏟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앞에 놓인 도전의 길이 어떤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 도전의 길에 나는 도전장을 거둬들 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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