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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an 15. 2020

(서평)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리운 건 온전하게 사랑을 했던 나 자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그리운 건 온전하게 사랑을 했던 나 자신

박준 산문 / 난다 / 이원종 서평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싶다. 물론 나 자신의 죽음도 슬픈 일이겠지만 그 슬픔을 느낄 나 자신은 없을 것이므로. 


그런데 죽음이 왜 슬픈 일일까 생각해보면 막상 죽음 그 자체보다도 더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픈 것이다. 꼭 사람뿐 아니라 장소의 죽음 역시 매우 슬픈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 속에서 예전에 보았던 풍경들을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마지막으로 지나쳤던 그 때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걸 하는 후회도 들지만, 언제가 마지막일지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싶어 부질없는 욕심일 뿐임을 깨닫는다. 






- "슬퍼서 전화했다. 가장 슬픈 일은 장소가 없어지는 일이다. 그러면 어디에 가도 그곳을 찾을 수 없다. 너는 어디 가지 말아라." (21쪽)



그래서 굳이 특별한 이유를 만들지 않더라도 언젠가 스쳐지났던 장소를 뜬금없이 가보는 일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아주 가끔 그렇게 오랜만에 찾은 장소가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있어준다면 그 감동은 말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말한다해도 나만의 그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점점 마음 속에만 간직해야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지금의 매순간을 오감을 사용해 더욱 깊이 느끼고 싶어진다. 




관계의 죽음 역시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인간관계로부터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상대보다 더 크다면 짝사랑이 된다. 짝사랑은 열병과 같지만 스스로 감내할 수 있고, 추억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내 감정보다 상대의 감정이 더 커서 상대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더 큰 문제다. 기적적으로 서로의 마음이 비슷하게 차오를 때 비로소 연인의 관계가 되지만,  애초부터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불안정한 토대 위에 쌓아올려진 관계는 곧 죽음을 맞게 된다. 이럴 때 관계에 집착하여 그것을 억지로 이어가려 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관계의 죽음이 다가왔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쩌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 사랑했던 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는 나의 옛 모습일지도 모른다. (81쪽)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거짓 감정을 지어내곤 한다. 상황에 따라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웃어야 하거나 진지해야할 때가 있기도 하다. 눈물에는 거짓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사실 슬픔의 감정을 지어내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고 스스로도 그렇게 할 때가 점점 많아져서, 어떨 땐 그런 자신이 가증스럽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역시 어떤 의무감이나 내가 올바르게 살고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는 한다. 그러다보니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던 나 자신이 그리워진다는 말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모든 허상이 사라진 지금 돌이켜보면.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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