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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주 Jan 10. 2019

살아낸 삶은 살아갈 힘이 된다.

영화배우 겸 모델 배정남 씨가 어릴 적 힘겹게 살아낸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방송을 탔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 어린 시절 부모 대신 자신을 돌봐주었던 할머니를 찾아가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폭풍 울음을 터트리는 사연이 공개되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배정남 씨에게 할머니는 지금이라도 와서 고맙다며 아들보다 좋다는 여전한 사랑을 표현해주었다.


할머니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적신다. 주체할 수 없던 그리움과 죄송함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부모 없이 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그런 어린아이의 마음을 위로하며 먹고 싶어 하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는 할머니의 말이 가슴 깊이 전율을 일게 했다.  



‘훌륭한 사람은 못돼도 바르게 커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배정남 씨를 보면서, 그리고 자신을 사랑으로 돌봐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보면서 참 바르게 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부모와 함께하지 못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주변에 그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잘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그런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뎌냈기에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 역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었다. 동생들과도 흩어져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무엇보다도 부모가 곁에 없다는 사실은 설움과 그리움 그 자체였다.

엄마를 대신해 가까이 사시던 이모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었지만 부모의 빈자리는 그 누구의 사랑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었고 외로움이었다.    


나이가 들면 고향이 그립다고 들 한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서인지 옛 추억이 떠오르는 고향이 싫어 자주 내려가 볼 생각도 못했었는데, 보름 전 나와 오빠를 돌봐주셨던 고모부가 돌아가셨다. 다시 밟게 된 고향, 사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돌봐주셨으니 감사한 분이셨지만, 자식이 5명이나 있었던 고모부 댁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었다. 그래서 더 찾아뵙지 않았던 것 같다.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다. 한번 더 찾아뵐 것을 왜 여기까지 오는 게 그렇게 힘들었을까.

영정 앞에서 너무도 죄송해서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우리 때문에 고모부님 또한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니 더더욱 죄송스러웠다. 감사하다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 죄송함과 그 감사가 왜 이제야 밀려오는 걸까.

추억으로만 묻어두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이렇게 한 자 한 자 적어나가다 보니 이제야 감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삶, 그래서 나를 도와주었던 주변의 따뜻한 분들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고 차가운 벽을 세웠던 삶.


지금 생각해보니 그 상처 난 삶에 그리움이 돋아나고 감사의 꽃이 피니 살아낸 삶을 통에 좀 더 잘 살아갈 힘이 생겨나는 것 같다.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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