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馄饨夏至面
옛 베이징(老北京)에선 '동지엔 훈툰(馄饨), 하지엔 면'이라 했다니 본래 겨울 음식이었던 듯하다.
훈툰(馄饨)과 윈툰(云吞, Wonton)은 같은 음식인 듯 다른데, 윈툰의 유명세에 훈툰도 남방지역 음식으로 오인했다. 훈툰의 시작은 북방이다.
한나라 시절 흉노족이 흥해 북쪽 국경이 어지러웠다. 흉노는 하나의 국가라기보다 부족의 연합체에 가까웠는데, 그중 특히 훈씨(浑氏)와 툰씨(屯氏)의 세력이 강해 한족(汉族) 백성을 괴롭혔단다. 원한이 가슴에 사무친 백성들은 고기 소를 넣은 만두를 빚어 '훈툰'이라 칭해 먹었다니 그 유래가 전설처럼 무겁다. 원수를 씹어먹고자 하는 마음은 냉혈차고 모질 텐데, 음식은 반대로 따뜻하고 부드러워, 어쩌면 그 모진 생각을 한 그릇 훈툰으로 달래렸던 건 아닐지 짐작한다.
애초 훈툰은 쟈오즈(饺子)와 구별 없이 쓰였으나 지금은 그 간극이 벌어졌다. 쟈오즈의 피는 둥글고, 훈툰의 피는 정사각형이어서 빚어놓은 모양이 다름은 물론, 피의 두께도 훈툰이 얇아 보다 부드럽다. 일반적으로 쟈오즈가 물에 삶아내는 방식이라면 훈툰은 탕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엄연히 다르다 말할 수도 있겠다.
훈툰은 남방 지역으로 전해지며 견고하게 발전했다. 광동과 홍콩의 윈툰은 훈툰의 자식벌인데, 재료와 탕의 국물을 달리하며 훈툰의 아성을 넘어섰다. 피는 밀가루와 함께 계란을 섞었고, 소는 돼지고기 외 새우와 생선, 야채를 추가하며 식감을 달리했다. 빚은 결과물의 크기도 달라, 윈툰은 한입에 넣어 삼킬 수 있는 크기(一口吞下一颗)여야 한다고 하니 나름의 고집도 더해졌다. 그렇게 북쪽의 훈툰은 남쪽의 윈툰이 되었다.
아침으로 흔히 먹는 훈툰은 국물이 맑다. 파와 김이 고명으로 올라가니 우리의 만둣국과 같다. 맑은 국물과 고기 소의 훈툰이 따뜻하게 속을 채운다.
윈툰은 진하다. 돼지 뼈와 말린 생선, 새우 껍질로 우려낸 육수가 기본이다. 탕에도 공이 많이 들어간다. 깊고 진한 맛의 탕이 아까워선지 면을 말아먹는다. 윈툰몐(云吞面, 완탕면)은 진득한 탕에 윈툰과 면을 한데 담았다.
북쪽에선 한 겨울 한 그릇의 훈툰으로 모질어진 마음을 녹이고, 남쪽에선 한 그릇의 윈툰으로 무더울 여름의 몸을 보양한다. 음식은 그렇게 지역색을 담아내어 세월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