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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Sep 07. 2023

병든 네입클로버

얼마 전 집 앞 뜰에서 네 잎클로버를 발견했다. 공손히 줄기를 길게 잡고 밑단을 뜯어내고 가지런히 책 속 깊숙이 꽂아 넣었다. 이파리의 모양이 온전히 네 잎으로 펴지게 잘 마르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엮었다. 그렇게 며칠을 두고 오늘 다시 책을 펼쳐 보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네 잎 클로버의 형태를 잘 갖춰져 있었지만,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고, 심지어 몇 개의 작은 구멍이 나 있을 정도로 병들어 있었다. 아마도 병충해에 걸린 네 잎클로버가 아닐까 싶다.


그 병든 네입클로버,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녀석도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아무리 볼품없이 사나워 보여도,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는 네 잎클로버라도, 분명한 건 이 것이 갖는 행운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행운을 손에 넣었고, 잠시라도 나에게 좋은 일이 벌어지기를 바란다. 비록 상처 입은 행운이더라도 나에게 올 수 있는 최고치의 행운이라면 마다할 이유야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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