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김장 노동을 위하여
지난해, 언제나처럼 처절할 만큼 힘겹게
김장을 마치면서 진심으로 다짐했다.
‘우리 부부 계속 나이가 들 텐데
이대로 계속하다가는 몸이 배겨내질 못하겠어.
다음번에는 많이 줄이자.
욕심부리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보자!’
스스로와 맺은 다짐 더하기 약속을
굳게 되새기며 올해는 정말로
절반 가까이 배추를 줄였다.
배추 절이고 씻기,
김칫소 만들기와 버무리기까지.
양이 적어진 딱 그만큼
김장 노동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버거웠다, 많이 힘겨웠다.
나도, 옆지기도.
끝없이 이어지는 김장 일 앞에서
(수년째 해 오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속으로 외치고 또 외쳐야만 했다.
‘이토록 노동집약적인 노동이라니.
해마다 하는데도 어쩌면 이토록
몸에 익지가 않는단 말인가!’
우리 집 김장에선 늘 마지막 순서인
동치미까지 담그고
온갖 김장 도구들까지 갈무리하니
김장 나흘째 저녁, 아니 밤이다.
(그나마 생강이랑 마늘을
미리 준비한 덕이다.)
배추김치, 깍두기가 든
통을 하나하나 열어 본다.
마당에 놓인 동치미 항아리도
물끄러미 보고 또 본다.
깍두기랑 동치미야 겨우내
통이 거의 비겠지만
배추김치는 일 년을 줄창 먹을 터.
(아니, 몇 년을 함께한다고 해야 맞겠지.
한 해 묵은 거, 두 해 묵은 김치까지
곰삭은 묵은지가 있으니까, 지금도.)
그저 눈물이 나려고 한다.
조금은 서럽기도 하고
벅찬 감격에 겨웁기도 해서는.
‘아, 이렇게 일 년을 벌었구나.
그래서 그토록 힘이 들었구나.
일 년을 버는 노동이 쉬울 리가 있나.
우리 부부 참 장하구나,
정말 잘 해냈구나!’
2013년 겨울, 귀촌 첫해에
무턱대고 김장 120포기를 했다,
(아마 그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해냈다.
그 뒤로 100포기, 80포기, 90포기...
들쭉날쭉했으나 많기론 매한가지였다.
넉넉히 해서 두루두루 나누고 싶은 욕심에
배추 포기 줄이는 걸 ‘포기’하지 못했다.
산골생활 아홉 해째인 2021년 겨울,
첫해의 삼분의 일쯤 되는 김장을 했다.
힘든 노동 속에서도
‘요 정도라면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러 번.
산골생활=김장
요런 공식이라도
마음에 꽉 박힌 건지
김장을 포기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알맞게, 즐겁게, 맛나게
김장 행사를 맞이할 길을 찾는 것.
요거이 산골부부에게 숙제라면 숙제.
2021년 김장으로
무려 일 년을 벌었으니
그 숙제는 찬찬히 풀면 되겠지?
대망의 김장을 마친 기념으로다가
살짝살짝 아릿하고도
불쑥불쑥 뿌듯한 마음을 가득 담아
고마운 인사 하나 꼭 남기고프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산골부부 김장에 힘을 보태 준
장수 계북 유기농 부부님.
당신들이 정성껏 기른
배추, 무, 당근, 양파, 갓, 대파
그리고 고춧가루로
이번 김장도 언제나처럼
건강하고 맛있게 잘 버무렸어요.
그거 아세요?
산골부부가 김장을 9년째
이어 올 수 있었던 데는
당신들의 힘이 엄청 컸다는 거.
정말 고마워요.
늘 그 자리에서 땅을 가꾸고
지켜 주고 있어서.
아시다시피 저희가 기르는
배추, 무, 고추 등등 김장 재료들이
열심히 가꾸느라 애는 쓰지만도 참 못나고 작아서
도저히 김장에 쓸 도리가 없어요.
그래서요~
내년 김장도 유기농 부부님께
기대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