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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Apr 18. 2019

산골 자연 덕분에 산타가 되었어요

아주버님 ‘건강 기원’ 택배 이야기

안 그래도 둘레에 아픈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들리던 봄. 이래저래 마음이 많이 아렸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 아주버님 위암 소식마저 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어느덧 수술 마치고 퇴원까지 하셨어요. 하느님 부처님이 보우하사, 조기 위암에 든다고 해서 천만다행 만만다행이었지만 항암 치료를 더 하신다니 걱정이 사그라지지는 않습니다.


아주버님이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받을 때, 옆지기는 자연이 안겨 주는 선물이라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뭐든 뜯고 캐고 다듬었어요.


아주버님이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받을 때, 옆지기는 냉이를 캐고 쑥을 뜯었어요. 아직은 작디작은 머위순도 따고 칡 캐서 말리고 도라지도 캐서 다듬고요.  


자연이 안겨 주는 선물이라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뭐든 찾아 나서는 모습에서 형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느 때처럼 지내면서 별다른 티를 내지 않았지만 걱정이 정말 많았을 겁니다. 

거의가 옆지기 손으로 정성껏 마련한 온갖 산골 건강 먹을거리들을 차곡차곡 택배 상자에 담았습니다.


‘건강기원 쑥’ ‘건강기원 냉이’…. 

먹을거리마다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아주버님 건강을 바라는 저희 부부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엽서도 여러 장 썼답니다. 저보다 십 년쯤은 더 살아오신 둘째 형님이 모를 리가 없건만 이건 저렇게, 저건 이렇게 해서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애써 종알종알 남겼죠. 미용실 일하는 둘째 형님이 아주버님 병 수발까지 하려면 이모저모 힘드실 터인데 간단하게 방법을 써 놓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었어요.


먹을거리마다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아주버님 건강을 바라는 저희 부부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동서야, 고맙데이. 꼭 산타 선물 같구먼.” 


“저도 고맙습니다!”


“택배 보낸 사람이 뭐가 고맙노! 받은 우리가 고맙지.”


“힘든 수술 잘 견뎌 주셨으니 그게 고마운 거죠~^^” 


택배 받았다고, 둘째 형님이 전화를 주셨죠. 밝은 목소리를 듣고 나니 내내 걱정스럽던 마음이 그제야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수술 잘 마친 아주버님도 ‘건강 기원’ 택배를 만들어 준 산골 자연도 참말 고맙기만 합니다.


이건 저렇게, 저건 이렇게 해서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엽서에 종알종알 적어서 같이 보냈어요.
우리 부부 늘 먹는 음식으로 아주버님 항암 치료를 응원할 수 있기에, 산골 자연이 정말 고맙기만 합니다.


정말이지 산골에 와서 살기를 참말로, 정말로 잘한 것 같아요. 우리 부부 늘 먹는 음식으로 아주버님 항암 치료를 응원할 수 있으니까요. 산타 소리까지도 다 듣고요. 


그나저나 이를 어쩐대요. 옆지기가 애써 뜯어서 간신히 한 뭉치 데친 머위를, 먹고 싶은 거 꾹 참고 얼린 올봄 첫 머위를 그만 빠뜨렸네요!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택배를 부쳐야 할 것 같아요. 기왕 보내는 거 취랑 두릅까지 같이 넣으면 좋겠는데 무척이나 게으른 저도 이번에는 들로 산으로 좀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버님 드리고 우리도 먹고 또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날아오실 산골손님들한테도 내주려면 옆지기 손만으로는 아무래도 벅찰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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