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4. 무적의 카페인 부대, 우리의 삶을 점령하다

by 쿼카킴


커피는 취향의 문제라지만, 처음에는 다소 강제로 마셔야 하는 측면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너무 잠이 오니까 한 잔, 시험 기간에 밤새워서 공부해야 하니까 잠을 깨기 위해서 한 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집중을 위해서 빠르게 한 잔.

‘마시기 싫은데…’ 라는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한 번 맛을 들이자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는 금세 수백 가지로 늘어났다. 배가 너무 부른데 마실 게 필요할 때는 배도 안 부르고 간단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딱 맞았고, 단 걸 먹은 후에도 깔끔함을 위해서도 한 잔이 필요했다. 수업 시간이 애매할 때, 친구랑 딱히 갈 데가 없을 때에도 한 잔씩 찾다 보니 어느새 술 마시고 남들이 다 초코우유나 아이스크림 찾을 때도 “정신 차릴 땐 아이스 아메리카노지!”를 외치고 있었다.

마시는 양도 곧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대학가에는 어느 날 갑자기 ‘1리터 커피’가 유행을 타고 벤티 사이즈의 음료 가게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벤티 사이즈가 성인의 위장 크기와 맞먹는다는데, 항상 마시던 양에 익숙하던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라고 생각했으나, 이 역시 익숙해지자 ‘뭐냐, 커피 다 어디 갔냐?’ 까지 시간이 20분도 걸리지 않게 되었다. 양이 많은데 가격 차이는 얼마 나지 않고, 그렇다고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커피 품질의 차이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용량이 많은 커피를 거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결국 물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마시는 커피에 들어있던 카페인이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모든 선택이 오로지 경제성과 기호성에 따르던 것에 내 신체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걸까? 돌이켜보면 위장도 좋지 않고 진통제며 소화제 같은 다른 약물에도 재깍재깍 반응하는 주제에 지금까지 별문제가 없었던 게 많이 봐준 셈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이렇게 괴롭다니! 수험생 시절 친구들이 스트레스로 수면유도제를 먹던 때에도 “현실에서 도피할 땐 역시 수면이지!” 라는 마인드로 밤낮 할 것 없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단잠에 빠졌던 나는 처음으로 불면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시간을 확인하는 것만 수차례, 아침엔 당연히 잠이 부족해 퀭한 모습으로 커피부터 찾아 마셨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정말 카페인이 내 삶의 일부를 망치고 있다는 걸 느꼈고 간절하게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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