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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카페인 6. 카페인 권하는 사회


 현재 카페가 다양한 문화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카페를 좀 더 새롭고 개성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내가 카페를 차리게 된다면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지금의 나는 카페인을 최소화하고 싶으니까, 커피도 좋지만 다양한 음료 메뉴를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싶다. 예를 들어 홍차 전문카페 같은 건 어떨까? (아차! 홍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

  하지만 나의 질문은 자본주의적 계산 아래 또 한 번 무너졌다. 번화가에, 혹은 작은 동네에도 얼마나 많은 카페가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이미 카페가 레드오션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카페가 넘쳐나는 한국 사회는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카페를 유도하지만, 상인들에게는 치열한 전쟁을 치르게 한다. 대기업이라면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는 녹차 전문카페처럼 독특한 컨셉을 내세우더라도 독자적인 유통과 일정 부분 확보된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할 수 있겠지만 개인사업자의 경우엔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내가 부푼 마음으로 계획하던 ‘다양한 음료 메뉴’ 역시도 개발과 유지에 있어 상당히 품이 많이 드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 분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산에는 ‘0리단길’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카페 거리가 조성되었다. 아마도 서울의 경리단길에서 착안했을 이름으로, 각종 프랜차이즈와 다양한 개인 카페가 생겼고 그중 몇 개는 정말 실험적인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이번 달엔 있었지만 다음 달에는 없는 무수한 카페를 보게 되었다. 새로운 카페가 끝없이 새로 문을 열고 금방 문을 닫는다. 결국 남은 것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SNS 감성이라고 흔히 이야기하는 똑같은 메뉴, 일관된 인테리어, 불편한 의자, 심지어 맛까지 비슷한 커피를 가진 카페들이었다.

 카페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안에서 나만의 분위기와 독창적 메뉴를 가지고 실험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카페인을 줄이기로 결심하면서 커피 대신 훨씬 카페인이 적은 홍차 전용 카페나 다른 음료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는 왜 없냐고 볼멘소리를 했던 나조차도, 왜 SNS의 유행을 따라 카페가 줄줄이 창업하는지, 특정 메뉴가 유행하면 모든 가게마다 같은 메뉴를 내거는지 모두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잠깐 시간을 보내거나 공부를 하는 등 생활의 대부분을 카페와 함께하는 게 어느새 당연한 습관이 되었다. 그런 사실이 싫지는 않다. 수많은 카페에서 소중한 추억을 많이 쌓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지금도 내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선택의 여지 없이 카페를 향하고, 거기서도 카페인이 없는 음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사람들에게 카페인을 권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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