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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카페인 7.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카페인을 끊으려고 노력할수록 카페인이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었다는 게 분명해졌다. 비슷한 카페를 방문해 비슷한 카페인 음료를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이어졌고, 필수적인 상황이 아닐 때에도 습관적으로 카페인을 찾고 있었다. 카페인 음료를 선택한다는 건 내 착각에 불과했고 이 착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였다.

 카페인을 못 끊는 건 절대로 내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닐 거라는 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카페인의 치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카페인이 얼마나 악랄하고 인간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존재인지 담배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술 정도의 의존성과 중독성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웬걸! 내 눈에 자꾸 들어오는 것은 카페인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들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게 몸에 나쁜 줄은 알지만 맛있고 당기니까 어쩔 수 없는 먹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동안 의사들이 얘기하던 카페인의 부작용은 모두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이전에 찾았던 카페인 중독과 관련한 정보들은 무엇이고, 나는 왜 커피를 먹은 날에는 못 자고 있단 말인가? 나의 의문과 반대로 세계보건기구가 카페인이 간암과 자궁암의 위험을 낮춰준다는 발표를 한 것에 이어, 다른 과학 저널들도 매일 블랙커피 한 잔은 암, 당뇨, 심장, 호흡기, 신장 질환 등의 가능성을 감소시켜 사망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앞 다투어 얘기하고 있었다. 

 과학에 대해서 지식은커녕 상식도 간당간당한 수준에 있는 나로서는, 카페인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통적인 의사들의 시각과 새로운 연구 결과 중 어떤 것이 더 진리에 가까운지 알 방법이 없었다. 오로지 어느 쪽을 더 신뢰하고 믿을 것인가 스스로 결단을 통해 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당연히 카페인이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고 싶은 쪽이지만, 왜 갑작스럽게 이런 연구들이 우수수 쏟아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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