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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카페인 8. 카페인이 대변하는 우리의 삶


 카페인이 몸에 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우리가 건강을 위해 커피를 마시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거부감을 없애고 많이 마시는 것에 죄책감을 확실하게 덜어줄 것이다. 돈 버느라 여기저기서 꽤 고생하는 중인 나는 이런 연구자료 하나도 공짜로 나오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커피산업은 이제 연구진에게 자본을 제공할 만한 성장을 이룬 모양이었다. 하긴, 커피 브랜드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지기도 했지만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커피를 팔기 시작했으니 오죽하겠는가!

 커피콩을 전혀 생산하지 않고, 불과 20년 전만 해도 자판기나 다방 커피가 전부였던 한국의 커피 시장이 세계에서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게 된 것은 나 같은 카페인 중독자가 그만큼 많이 생겼다는 뜻일 테다. 실제로 주변만 살펴봐도 내가 심한 케이스가 절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카페인이 정말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나는 내 몸이 허용하는 선 안에서 커피를 마시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카페인이 잠을 잘 못 자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두통이나 다른 위장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카페인을 찾게 되는 내 삶과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문화에 대해서는 더 많이 생각하기로 했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와 친구 C가 비스킷을 커피에 찍어 먹는 이미지를 떠올렸듯, 바쁜 일상 속에서만이 아니라 쉬는 날에도 여유 있게 커피 한 잔을 떠올리듯, 우선 우리에겐 강력한 커피에 대한 환상이 있다. 커피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걸 우스갯소리로 생각하거나 오히려 바쁜 현대인의 대열에 제대로 올라섰다고 느끼기도 한다.(그건 바로 얼마 전의 나였다!) 훌륭한 마케팅의 결과이자 서양문화가 처음 들어오며 우월한 것처럼 여겨지던 역사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카페인을 마시는 더 분명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런 게 아닐까? 피곤한 아침엔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이고, 이를 통해 수업이나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이며,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유효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위해 사회가 카페인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로함을 이기고 잠에서 강제로 깨어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세금을 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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