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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ul 20. 2017

검은모래야 너 또한 한라산이지




어쩌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 장소 선별부터 시작해서  

운전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무수리 기운이 승해서일까, 

거기다가 너무나 익숙한 사이들이라...

싫다는 표현도 거침없이 하게 돼서

이게 또 책임이 막중하다.

다행히 다들 나이가 들어서 자연化 되어가는 중이라

“야아, 내가 몇 년전 강화에서 한 시간 반가량 배를 타고  볼음도라는 섬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아주 오래 된 은행나무 한그루를 봤단다. 

얼마나 갸륵하게 생겼는지.... 그 나무 한그루 보는 걸로도 

넘치고 충분한 섬여행이었지. 

여행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 만족 할 수 있으면 

그게 최상의 여행이야”

했더니 또 가르치려 든다고 퉁사니를 맞았다. ㅋㅋ   

우선 나부터 뻔한 관광지는 싫어서 올레길이나 오름 혹은 미술관 위주로

다녀보고 싶었지만 다리가 안 좋은 친구와 심한 더위 때문에 그도 마뜩치 않았다.

그렇다면 중산간도로를 주욱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 시원한 곳, 

이 두 가지 사안이 만족되어야 했다.   

마침 유홍종이 쓴 문화유산 답사기 7권이 생각나 도서관에서 빌렸다. 

답사기를 읽으며

이런 이야기를 말로 들으면 정말 재미나겠구나, 생각을 했다.

무슨 이야기냐면 말을 그대로 모아 놓은 거라 글맛이 적더라는 것이다.

상황에 맞는 옷차림처럼 글도 글맛이 있게 써야 맛나더라는 것, 

당연히 정보는 풍성했다. 

가령 제주도 땅이 6억평이라는 것,

서울의 약 세배라는 것, 

눈이 내리는 난대림 지역은 지구상에도 아주 귀하다는 것,   

최익현 선생의 글

<나라와 백성에게 미치는 이로움이 금강산이나 지리산처럼 

사람들에게 관광이나 제공하는 산들과 비길 수 있겠는가>

글을 읽으며 한라산은 제주도민의 생명줄이며 젖이구나...를 생각했고  

고은의 시

<제주사람은/ 한라산이 몽땅 구름에 묻혀야/ 그 때 한라산을 바라본다/ 그것도 딱 한번 바라보고 그만둬버린다/정작 한라산 전체가 드러나 있을 때는 / 그 커다란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거기에 한라산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괜히 어제오늘 건너온 사람들이 한라산을 어쩌구저쩌구 한다/삼양리 검은모래야/ 너 또한 한라산이지, 그렇지/> 

를 읽어서 삼양리 검은모래....에 서보기도 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 해저물녘이어선지 바람이 서늘한 해변이었다.

바닷물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고 물을 묻힌 뒤의 번거로움이 싫어서

그냥 바닷가 근처에 서있었고

두 친구는 물가에서 조금 놀았다. 

검은 모래가 곱고 물가가 완만해서 정말 좋은 해수욕장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놀라운 시선을 지닌 두 분의 글은

제주도가 한라산이며 한라산이 있어 제주도가 된다는 

하다못해 바닷가 모래도 한라산이라는....

그래선지 이번 제주도에서는 정말 어디서든 보이는 한라산....

앞에서 보였다가 왼쪽에서 어느 순간 오른쪽에 있는 

마치 우리 식구 같은 한라산...이네. 

그러니까 제주도는 온 섬이 다 한라산 치마폭이구나. 

그 치맛자락 속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속을 

나도 슬쩍 비집고 들어서는 것이구나...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거기 존재하는 한라산을 보며 

한결같이 살아야겠구나~를 배우겠네.

그러나 그 ‘한결같음’이 또 얼마나 사람을 질리게 하는가,

그러니 변화무쌍한  천박하기 그지없는 조급진  성향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산을 바라봐야겠네. 그러면 사람이 조금 우아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시편 기자도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그랬구나. 

아 정말 그래서였네. 



“제주도의 아름다운 신혼여행지는 모두 

우리가 묵념해야 할 학살의 장소이다.

그곳에 핀 노란 유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칼날을 물고 잠들어 있다(시인 이름 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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