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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pr 20. 2023

사그라다 파밀리아

나무

스페인의 첫날,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캐리어에 우산과 비옷이 다 있는데……. 

버스 아래 실려있었다.

처음에는 자그마하게 오더니 나중에는 제법 내려서 결국 우산을 하나 샀다.

날씨에 예민하지만 지배되지는 않는다가 나의 여행 철학 중 하나라 

그깟 비 정도야, 워낙 비를 좋아하니....했는데 

의외로 마음이 스산했다. 

낯선 거리의 매혹적인 풍경이 비에 묻힌다고 할까,   

아주 높은 오벨리스크?위의 콜럼버스는 망토를 살짝 휘날리며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탈루냐 광장의 기이한 조형물에는 CATALUNYA FRANCESC MACIA 라는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 

마치 부서진듯한 혹은 짓다가 만 계단처럼 보이는 작품은

비 탓인지 뒤의 반듯한 건물들에 비해 매우 이질적으로 보였다.   

ㅡ프란체스카 마시아 카탈로니아 초대 대통령에게 헌정된 작품.  

끝나지 않는 계단을 나타내며 지역 투쟁을 상징한다고...

카탈루냐 사람들은 지금도 자신들은 카탈루냐인이지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고 여긴다고 했다.

몬테라스 구디올의 그리에 살짝 내걸린 카탈루냐의 국기가 생각났다. 

그러니 저 미묘한 계단은 끝나지 않는 현재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끝은 어디일까, 카탈루냐의 독립? 또 다른 시작? 

끝에 대한 상념이 죽음으로 이어지며 결국 죽음은 또 영원과 영혼으로 회자되는 

단순한 동그라미 사고를 했다. 

비 때문일 것이다.    


 

구엘공원과 사그라다파밀리아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아늑했다. 

바르셀로나의 가이드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지적이고 가장 우아한 모습은 친절이 아닐까, 

이해는 했다. 친절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푼다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런데 그이는 스페인의 운전기사와는 엄청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면서

(설마 나 스페인어 이렇게 잘한다는 과시?) 

우리가 한 질문은 조금 우습게 여기는 듯 했다.   

익숙하거나 잘 모른다는 그것 때문에 당신이 필요한 것이다.

모르는, 낯선, 풍경이 주는 질문 때문에 당신은 돈을 버는 게 아닌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가기 위해 내릴 때는 

내가 언제? 비라니, 하듯이 

푸르른 하늘이 푸른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살짝 살짝 세인트 패밀리 성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도심에, 건물들 가운데에 있네, 

모든 아름다움은 숲과 함께 그리고 여백이 있어야 아름답다는 내 생각을 비웃듯이 

소란스런 사람들과 건물들 사이에 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 앞의 아주 자그마한 둠벙이 작품을 반사해내고 있었고 

건축 중을 나타내는 초록색 철망과 비닐처럼 보이는 흰 천들이  탑을 감싸고  

건물을 압도하듯이 서있는 커다란 크레인,

성가족 성당의 건물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채 진행중인 곳, 

알면서도 그 순간 나의 눈은 실망했다.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 있는 나무에서 , 

가장 아름다운 꽃을 찾아 여기저기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눈이라서다. 

단정하게 정돈된, 오롯하고 순수한 건물을 원했는데.....     

탄생의 파사드 조각 가장 위에 사이프러스 나무가 조각되어 있었다. 

평화와 성령을 상징하는 하얀 비둘기와 함께 

한국의 어느 유명 건축가는 디자인을 벗겨내면 건축사적으로는 뭐 평범한 일이라고 하더라만,

나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가우디는 건물을 나무라 생각했던 것이다.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성전도 자라고.....    

교회 입구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아들래미가 사준 이억만 화소의 갤럭시가 내 생각을 대신 해 주듯

선명히 사진 속에 담아 주었다.

기둥을 나타내주는 굵은 야자나무도 건물 앞에 보인다. 

사실 유럽의 모든 여행은 교회 투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배하는 곳이 아닌, 아니 예배를 드리지만 이미 예배가 목적이 아닌 투어 장소.

그런 서글픈 인식에서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안에 들어서자 마음속에서 쿵 소리가 났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빛의 교회였다. 

야자나무를 형상화한 기둥들은 하나같이 빛을 모시기 위해 아주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 

사람이 예배 하기전 마치 그 나무들이 예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무수한 나무 이파리들을 통과하는 빛들은 빛의 결을 보여주며 빛의 숲으로 존재했다.  

교회의 바닥에 내려앉던 빛의 향연은 가우디는 예측 했을까? 

시시각각변하는 현묘한 빛의 일렁임을,   

가우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지닌 인생의 단계를 색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영광의 파사드 문은 만들어져 잇는데 아직 완공 되지 ㅇ낳아 열리지 ㅇ낳고 있다.

그 문에는 주기도문이 양각되어 있고 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꼬

수난의 파사드로 나온다.

수비라치의 조각으로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 고난의 풍경이 기록되어 있다. 

약간의 그늘진 곳에서 스토리가 흐르는, 

그러나 지극히 현대적인, 

강조와 생략이 점철된 강렬하고 슬픈 조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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