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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Dec 31. 2021

2부-엑셀로 부를 설계하다/나의 부자 나이-3

나의 부자 나이

퇴직연금

2017년 내가 근무하던 외국계 회사가 한국 연구소를 철수했다. 나는 2004년 대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회사는 내가 속한 사업부를 매각함에 따라 원칙적으로 2012년 그동안 근무했던 퇴직금을 수령했어야 했지만 사업부 전체 매각 조건으로 퇴직금도 외국계 회사로 이관이 되었다. 그 이후, 외국계 기업이 한국 연구소를 철수했던 2017년 약 14년 동안 근무에 대한 성과로 그동안 축적된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한국연구소 철수에 대한 보상으로, 근속연수에 따른 1~2년 연봉을 추가로 지급해주었다. 그동안 축적된 퇴직금과 보상을 더하니 세전으로 2억이 넘는 엄청난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그때까지 전세로 살고 있었던 나는 이 퇴직금을 찾아서 집 구매에 쓸지, 혹은 모두 인출을 해서 주식에 투자할지, 그 당시 '핫'한 투자로 떠오르던 비트코인에 투자할지 등 다양한 투자처를 놓고 고민했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퇴직연금 IRP에서 ETF에 투자하기로 결심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투자 자본금에서 세금으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속이 쓰릴 수 없었다. 아파트 투자나 코인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우나, 만약 퇴직금을 현금으로 인출하였다면 아파트/코인에 투자하기보다 주식에 투자했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퇴직소득세를 내기 싫어 IRP로 ETF를 운용했던 것은 나에게 거의 천운에 해당하는 결정이었다. 2019년 해외선물에 미쳐서 밤새 뜬눈으로 투자를 했었던 때에, 퇴직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나는 그 현금을 모두 해외선물에 투자했을 것이고, 손실금액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액수가 되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2020년 나의 투자철학이 바뀌기 전까지 나는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ETF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종목 투자보다는 회전율이 낮았지만, ETF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매를 자주 했지만 매매한 횟수만큼 수익이 증가되지는 않았다. 매매를 하지 않았던 단 하나의 ETF가 있었다. 


타이거 미국 나스닥 100 ETF


퇴직연금 IRP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미국 나스닥 100 ETF의 이익은 해외선물 손해액, 원유 레버리지 ETF 손해액을 모두 상쇄시켜 주었다. 내가 어쭙잖게 사고팔았던 ETF들은 모두 제자리인 반면, 투자해 놓고 신경을 쓰지 않았던 ETF는 나에게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 나스닥 100 ETF로 늘어난 퇴직연금은 나의 부자 계획에 든든한 한 축이 되었다. 


현금흐름을 위한 배당주 투자에서 투자 수익률은 아주 큰 요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배당 삭감 없이 배당이 꾸준히 늘어날지 예측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퇴직연금은 55세가 될 때 인출해 쓰는 것을 감안하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에 따라 55세 이후 인출금액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에 대한 투자수익률 예측은 부자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다. 


나에게 가능한 평균 투자수익률은 몇% 일까?


보통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기대하는 수익률은 20~30%는 기본이고 100%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가능하기나 한 수익률인가? 만약 내가 퇴직금을 받았던 나이에 나의 퇴직금 2억을 가지고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낼 수만 있다면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55세에 얼마를 빼서 쓸 수 있을까? 

20%의 복리로 불어난 돈은 55세가 되는 때에 25억이 되어있고, 매년 5억씩 빼서 쓰고 남은 돈으로 계속 투자를 진행한다면, 내가 100살이 되는 때에 3천억이 남아있게 된다. 부자 계획 따위는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나는 워런 버핏이 아니다. 주식투자를 상당기간 해본 사람은 복리 20%가 얼마나 어려운 수익률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현실 가능한 수익률은 얼마인가? 


지난 20년가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8.5%였다. S&P500 ETF에 투자하고 가만히 있으면 연평균 8.5%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연평균 수익률을 예측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매년 경제 상황이 틀리는 것과 더불어 매년 나의 투자심리가 바뀌기 때문이다. S&P500 ETF에 전재산을 넣어두고 10년 동안 매매하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매도를 극소화한 나의 현재 투자 상태에서도 떨어지는 종목이나 ETF를 보면 매도를 할까 아직도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잦은 매도는 언제나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나를 부자에서 멀어지는 경험만을 주었다. 나의 불나방 같은 투자 방법으로 인한 실패가 없었다면 느긋한 투자의 8.5%의 수익률은 오히려 나에게 요원한 수익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년과 올해, 미국/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수익률은 8.5%을 넘어섰지만, 언제가 올 하락장에서 감소된 수익으로 인해 평균 수익은 목표치인 8.5%에 수렴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하락이 크게 두렵지 않다. 이는 투자에 대한 조급함을 없애주어 오히려 투자수익률을 더 올릴 것이다. 


연평균 8.5%의 수익률로 계산하면, 2억의 퇴직금은 55세가 되는 해에 6억 2천만 원이 되어있고, 매년 5천만 원씩 인출을 하여도 남은 금액을 계속 투자한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퇴직연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나의 부자 계획에 55세 이후로 매년 416만 원의 퇴직 소득이 추가된다.


퇴직연금을 고려한 나의 부자 나이가 확정되었다. 

나는 56세가 되는 해 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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