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일 이후 석 삼촌과 초 삼촌이 조금 껄끄러웠다. 사건의 전말을 대충이나마 듣고 나니 두 삼촌이 원망스러웠다.
특히 석 삼촌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비록 억울한 일이지만 대화로 좋게 풀어나가려 했고, 석 삼촌은 한 번 물러나면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아버지가 잡혀 들어가자 석 삼촌이 분을 참지 못하고 기어코 난리를 벌였기에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관 삼촌은 평소 불만이 많고 매사에 투덜거렸으나, 의외로 아버지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오히려 석 삼촌을 말렸다는 모양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는 비쩍 마르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간혹 성주 어른이 우리 집을 들여다보며 먹을 것을 챙겨주셨지만 어머니는 잘 드시지 못했다.
덕분에 음식은 모두 내 차지여서 아버지가 계실 때보다 오히려 잘 먹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성주 어른은 내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던 중, 작위를 내려놓고 두문불출하셨다.
새로 성주 작위를 물려받은 고신걸 어른은 어쩐 일인지 우리를 탐탁지 않게 보았지만, 그래도 한 번씩 돌봐주시고는 했다.
나는 새로운 성주 어른도 곱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열한 살이 되었다. 목마장에는 여전히 수백 필의 말이 초지를 뜯으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생겼다. 관 삼촌은 험상궂은 얼굴만큼이나 호전적이고 다혈질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난 이 년간 매일 같이 관 삼촌을 찾아가 씨름을 배우고 병장기를 겨루었다.
처음에는 힘이 조금 부쳤지만, 이제는 거의 대등하게 겨룰 정도가 되었다.
“키가 빨리 자라는구나. 내후년이면 나보다도 크겠는걸?”
관 삼촌은 부쩍 늘어난 솜씨를 에둘러 칭찬했다.
몸이 자라난 만큼 마음속 울화도 점점 커다래졌다. 나는 관 삼촌처럼 매사에 투덜거렸고, 겁 없이 아무에게나 대들었다.
특히 문서봉 판관이 주된 먹잇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석 삼촌이 모든 일에서 손을 떼었기에, 초 삼촌이 목마장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그래서 권지목사가 된 문 판관 어른은 때마다 초 삼촌을 찾아와 말을 징수해 갔다.
그러면 나는 일부러 찾아가 판관 나리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해에 백 필을 가져갔고, 작년에도 오십 필을 가져가셨잖아요. 말이 크는 데 오륙 년은 걸린다고요. 키우는 속도보다 가져가는 속도가 더 빠르니 조만간 씨가 마르겠네요.”
“말버릇이 그게 뭐냐.”
“칫, 아버지 덕에 살아난 주제에.”
“이 녀석이!”
“초 삼촌이요? 제가 어찌 알아요.”
“에휴, 말을 말자. 목마장에 있나 보지. 아휴, 덥다.”
“무슨 일인데요?”
“알 것 없다.”
“알려주시면 안내해 드릴게요.”
“정말?”
“날도 더운데 괜히 고생하지 마시고요.”
판관 나리는 나를 빤히 보며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판관 나리는 쯧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조정에서 말을 꽤나 가져갈 모양이야.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핑계를 대면서 수량을 조절하였는데, 이번에는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어마사가 왔어요?”
“그래.”
“몇 필이나요?”
판관 나리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래봐야 초 삼촌을 만나면 알게 될 것이어서 애써 채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