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Jul 05. 2022

줄리아나 도쿄

너는 나의 김밥 끄트머리야 의지야 낙관이야

   무언가를 쓰는 사람이 돼서 좋았을 때가 두어  정도 있었다. 우선은 『줄리아나 도쿄』가 나왔을 때였다. 엄마가 '작가의 ' 읽고 정말 좋아했다.  소설  인물들 곳곳에 스며 있는, 마음이 어렵던 시절  곁에 있어  친구들 또한 정말 많이 좋아해 주었다.
_소녀 연예인 이보나, 작가의 말

   『줄리아나 도쿄』를 시작하려면 『소녀 연예인 이보나』 작가의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정말 단순하게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알게  연기돌 우주소녀 보나 님이 예뻤고, 그래서 소설집 제목에 '보나'라는 이름에 혹해서 책을 빌렸다. 목차 순서대로 <괴수 아키코> 읽고,  번째 단편 <소녀 연예인 이보나> 읽다 말고 머리를 얻어 맞은  같은 느낌에 빠르게 작가의 말로 넘어갔다. 그리고 위에 적은  문단을 읽고, 이건 아니다 싶어 함께 빌린 『줄리아나 도쿄』를 먼저 읽기로 했다.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신 이유가 궁금했다.  출간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길 잘했다.

​​​


  인사치레 같은 질문에도 "저는   좋아해요"라고 대답하는 한주와 "눈의 유정이 한주 씨를 지켜줄 거예요"라고 말하는 눈의 요정 유키노.

  의도란 말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주와 어린아이가 흔히 저지를  있는 실수인데도 혼나지 않은 스스로를 벌주는 유키노.

  "누구든 원하는 곳이 제자리인  "다고 분명히 말하는 한주와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유키노.

  ‘뒷모습이  사람의 진짜 얼굴 같아.'라고 말하는 한주와 '좋아해서 하는  아니라, 하고 나니 좋아하게 되는 ' 차이를 알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다는 유키노.

  다자이 오사무 「여학생」  주인공을 닮은 한주와 함께 먹던 김밥 끄트머리를 떠올리며 "한주, 너는 나의 의지야"라고 혼잣말하는 유키노.​​​


 ' 자신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속할  없다는 생각이  때마다 희미해지는 것처럼 '끼는 한주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김밥 끄트머리를 주고 싶고 그리고   있는 사람이 생겼다.

 '종이컵  박스와 이쑤시개 스무 ' 또는 '하와이안 셔츠  ' 사는 정도가 '자신을 채우는 ' 전부였던 유키노는 '마트의 타임세일에 맞춰 즐겁게 음식 코너를 서성'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둘이 서로를 통해 알게  것들이 있듯이, 나도 둘을 통해 배웠다.

  끼니는 아무거나 편의점에서 때우는  아니라는 ,

 "아무것도 고를  없는데 뭐든 고르라고 하는"  '선택' 아니라는 ,

  눈을 좋아하지 않아도 눈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눈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언제나 하겐다즈 마카다미아 맛을 먹고 싶은 여름을 맞이하여, 이제는 '낙관하자' 아닌 '낙관하다' 말할  있을지도 모르니 부디 모두들 건강하기를. 이렇게 다시 나는 낙관할 것이다, 사랑의 지속을.
_소녀 연예인 이보나, 작가의 말

  언제 어디서 다시 둘이서 눈을 보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20 7월에 한정현 작가님처럼 낙관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사랑의 지속을. 그러니 한주도 유키노도 모두들 건강하기를.​​​


  추신. 세상에, 김화진 편집자님 말씀하시는 것도 좋았는데 글도 너무 좋다. 잊지 않고 동봉합니댜. 슬픔을 '녹이고' 지어진 목소리의 왕국.

눈송이로 이루어진 거대한 슬픔의 . 그게  소설의 첫인상이었다. 상처받은 이들은 서로 알아본다. 사소하고 중요한 말을 건네고 그것이 쌓여 용기가 된다. 얼었던 혀가 녹고 목소리가 트여, 마침내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를 가능케  다정한 단어를 적어본다. 소금사탕, 도토루 카페, 끄트머리, 눈의 요정. 그러니까 마지막 인상은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슬픔을 녹이고 지어진 목소리의 왕국, 이라고.
_김화진 (문학 편집자)


  추추신. 혹시라도 일본에 가게 된다면 긴자의 ' 카페 도토루'에서 책을 읽고, 시부야 '타워레코드'에서 클래식  사와야지. 그리고 누군가의 단상이었을 '줄리아나 도쿄' 떠올릴 .


  추추추신. 나에게도 있다. 김밥이고, 끄트머리이고, '의지'인 사람들. 가장 귀한 것을 흔쾌히 줄 수 있고, 먹구름을 보고도 그 뒤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나아갈 힘을 주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게 만드는 사람. 발 담그면 끝나는 내 얕은 생각에도 첨벙거릴 깊이가 있고, 단출한 세간살이 단칸방 내 좁은 마음에도 무엇 하나 품을 부피가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사람. 주저앉고 싶을 때 한발짝 더 내딛을 수 있도록 행동하게 만드는 사람. 기나긴 꿈을 꾸게 하고, 다디단 말을 하게 만드는 사람. 반복에서 새로움을 찾고, 특이한 것에서 특별함을 깨닫게 만드는 사람. 지나간 어제에 감사하고 다가오는 내일을 기대하고 그리고 지금 여기 오늘을 살게 하는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스노볼 드라이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