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직장에 다니는 남성이 있었다.
그는 한 직장에서 20년을 근무했고, 이제 곧 임원으로 승진을 할 거란 기대에 차 있었다.
임원 승진 발표가 있는 날. 남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자신과 현재 직급은 똑같지만, 자기보다 늦게 입사를 했고, 경력이 짧은 K가 임원 승진 명단에 떡하니 적혀 있는 것이었다. 어디에도 남자의 이름은 없었다. 남자는 분에 차서 인사과를 찾아가 상사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도대체 왜 제가 아니라 K입니까? 제가 경력도 더 오래되고, 회사에 손실을 입힌 적도 단 한 번도 없는데요. K는 예전에 프로젝트를 잘못 진행해서 회사에 제법 손실이 난 적도 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죠?"
그러자 상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때 K가 회사에 입힌 손실은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원가를 아껴 보려다가 난 손실이고,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회사가 큰 손해를 본 것도 아니라네."
"그래도 제가 더 오래 이 회사에 몸담고 있지 않았습니까? 제가 이 회사에서만 경력이 벌써 20년입니다!"
그러자 상사가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이런 말 하기 좀 미안하지만, 자네가 이 회사에서 쌓은 경력은 20년이 아니라네."
상사의 말에 남자는 깜짝 놀랐다.
"네에? 아......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자 상사가 그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경력 20년이라는 건 20년 동안 조금씩 발전이 있었을 때 하는 말이야. 자네는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도전해야 하는 일은 다 피하고, 그런 일을 남에게 떠넘기면서 똑같은 1년을 20번 반복했을 뿐이라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멈춰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한다.
관성의 법칙은 비단 물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성격과 마음, 긍정과 부정에도 통용이 된다.
똑같은 현상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부정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짜증이 많은 사람은 계속 짜증을 내려하고, 웃는 사람은 계속 웃으려 한다.
일을 진취적으로 하려는 사람은 진취적으로 하려고 하고, 대충 하는 척만 하려는 사람은 늘 대충 하는 척만 한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그 사람의 성격을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그것 역시 그동안 그렇게 관성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성으로 우리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면 이왕이면 짜증보다는 웃음과 미소, 부정보다는 긍정의 관성이 내 삶의 운동과 방향을 이끌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처음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 멈춰있는 물체를 처음 움직일 때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듯이.
하지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 속도에 탄력을 붙이는 것은 처음보다는 쉽다.
요즘처럼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에 우리 마음의 긍정 관성, 미소 관성에 움직임을 만들어 보자. 나중엔 그 관성들이 나를 이끌어 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