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문화가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부장, 차장, 과장 등 직급으로 줄 세우는 수직적 문화에서 직책만 정하고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일 할 수 있는 문화로 정착되는 분위기이다. 호칭도 ~매니저, ~님처럼 직책을 맡은 사람을 제외하고 근무연수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호칭으로 부른다. 그러나 호칭만 동일하게 부를 뿐 여전히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자유로운 조직이란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병렬로 연결되어 각각의 힘을 모아 기능을 높여 가는 클라우드적 발상에 근거한 조직이다. 수직 관계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만이 그런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그러나 자유는 냉엄하고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한 방종과 자유는 결정적으로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도, 자유는 의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성명했다. 칸트는 우선,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이성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동물은 본능에 지배를 당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눈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무조건 먹으려 한다. ‘먹지 않는다’라는 선택의 여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즉,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을 갖추면서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먹을 것이 눈앞에 있어도, ‘먹지 않을’ 수 있다. 선택의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능이나 욕구에 현혹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의무’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을 따르는 것이 자유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자유가 냉엄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의미에서다.
하지만, 자신의 꿈에 다가가려면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 반드시 자유로워져야 한다. 어쨌든 새로운 일을 세우려면 자유로워져야 한다. 관리 받는 편안함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단,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단순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이 자유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성의 목소리를 따르는 자유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역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 밑에서 관리 받는 쪽이 편하다. 그곳에서는 자유가 필요 없다. 자유라는 역경을 이어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상사가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면 되고, ‘보고, 협업, 회의’만 잘하면 된다. 기존의 수직적 조직, 체계적인 조직에서는 시스템에 잘 녹아 들어가 적응만 잘 하면 된다.
자유로운 조직은 수평적 조직을 추구한다. 모든 조직원이 ‘상사, 부하’ 관계가 아니라 ‘동료’다. 동료이기 때문에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서로 마주보며, 지시하고, 통제하며, 순응하는 조직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당연히 고객이다.
눈앞에는 항상 고객이 존재한다.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고객 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 각자 자유롭게 구상하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해 전략과 기획을 함께 만들고 실현해 나간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싹트는 동료에 대한 공감과 신뢰는 조직을 구성하는 사원들 각자를 연결해 주고 조직의 형태는 완성되고 끈끈해진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각각 독립된 개별 존재이고, 조직을 통솔하는 리더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은 무리 안에서 통일된 행동을 취하며 집단을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의 조직이 갖춰야할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것은 조직 안에 원심력과 구심력이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에만 가능하다. 원심력만으로는 조직이 흐트러져 통합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또 구심력만으로는 조직이 서로 눈치를 살피는 집단이 되어 버려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자유로운 조직에서는 원심력이 향하는 방향은 고객이고, 구심력이 향하는 방향은 동료다. 사원들 각자가 고객에게 향하는 힘과 동료에게 향하는 힘을 동등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성공적인 조직을 구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와 사랑이 중요하다. 자유는 원심력을 낳고 사랑은 구심력에 대응한다. 사랑을 공감이나 신뢰로 표현해도 된다. 어쨌든 그런 가치관을 보유하고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유연하고 자유로운 조직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모두가 주인이면 된다. 팀플레이를 할 때, 동료가 힘들어하면 내가 한발 더 뛰면 된다. 설령 동료가 힘들지 않은데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다. 일단 같이 하기로 했으면 믿고 뛰면 된다. 단지 뛰는 방향만 같으면 된다. 우리나라가 원팀이 되어 아시안 게임 16강, 8강에서 보여준 것처럼 집념과 간절함이 좀 더 있는 주장 손흥민처럼 누구라도 앞장서 나서면 된다. 그러다 보면 모두가 신뢰와 믿음으로 똘똘 뭉치는 한 팀이 된다. 자유를 갈망하는 강도가 큰 사람은 그 만큼 책임감도 크게 생각하고 뛴다. 자유는 의무와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