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한바퀴
이번 남도여행은 ‘남도한바퀴’라는 여행 패키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남도한바퀴’는 전남 관광지를 순환하는 당일치기 버스여행으로, 1일 12,900원만 내면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남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여행 패키지다. 남도여행을 하고 싶지만, 상대적으로 먼거리에 자가용이 아니면 지역을 넘나들며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동선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적격인 상품이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매일 다양한 코스가 개발되어 있고, 문화해설자가 동승하여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이니 그저 원하는 코스만 정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만 하면 된다.
평일과 주말할 것없이 매일 3개 이상의 코스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주일 단위로 몰아치기 일정을 잡아, 출발지인 광주에 숙소를 정하고 집중계획을 세우면 최고의 남도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남도여행이 아무런 계획없이 그때그때 선택에 따라 발길 닫는대로 가는 여행이었다면, 이번은 주어진 계획에 몸을 맡기고 홀가분한 마음만 데리고 가는 감정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일요일 광주에 내려와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일주일 여행계획을 세웠다. 2024년도는 3월 11일부터 시작되기에 그 일정에 맞춰 여행일정을 잡았다.
첫날인 월요일 일정은 ‘나주신안퍼블완전정복’ 패키지를 선택했다. 코스는 광주 유스퀘어(09:30) -> 광주송정역(10:00) -> 나주 산림자원연구소 -> 나주 곰탕거리 -> 신안 천사대교 -> 퍼플섬 -> 광주송정역(18:15) -> 유스퀘어(18:40) 이다
다른 월요일 일정으로는
‘해남영암특별한여행’, ‘진도행안도로일주’, ‘구례아름다운여행’ 등이 있다. 자세한 일정은 ‘남도한바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전체 일정을 다 돌아보려면 일주일 단위 여행을 3~4번 기획하면 될 거 같다. 이런 여행패키지는 이미 5년이 넘게 시행되었고, 전국적으로 알려져, 봄, 가을 등 여행성숙기에는 몇 주부터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코스를 여행하기 힘들다고 한다. 물론 꼭 가보고 싶은 한 곳만 예약하고 당일치기를 해도 된다.
여행 첫날이라 그런지 동승한 여행객은 10명 남짓되었다. 아직 꽃이 만개하기엔 이른 시기라 화려한 꽃구경은 할 수 없지만, 조용히 힐링여행을 원하는 나에겐 최고의 선택이었다. 광주 유스퀘어를 출발한 버스는 광주송정역에서 타 지역에서 기차로 내려온 여행객을 추가로 태웠다. 기사님의 설명으로는 타 지역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번 송정역을 경유한다고 한다.
첫 번째 여행지는 나주에 있는 전남산림자원연구소다. 나주 혁신도시를 지나는 길에 10년 전 한국전력 컨설팅 프로젝트를 위해 5개월 동안 머무른 오피스텔을 스쳐 지나간다. 2015년 가을에 시작된 프로젝트는 다음 해 2월에서야 끝났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숙소에서 한전까지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걸어다녔다.
혁신도시를 지나 몇 십분 지나니 산림자원연구소가 보였다. 나주군청 소속 문화해설자가 동행하며 산림자원에 대해 설명을 하니, 힐링과 함께 나무에 대한 지식까지 얻으며, 행복한 여행의 시작이다. 1100여종의 나무가 보전되어 있었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압권이다. 메타세쿼이아는 높이 35미터, 지름 2미터까지 자라는 낙엽성 큰키나무로 공룡시대부터 생성되어 내려오다, 중국 양자강 유역에서 자생 개체가 처음 발견되어 우리나라 전역에 보급되었다고 한다. 연구소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하늘을 덮는 울창한 거목으로 성장하고, 계절별로 특색있는 가로 경관을 연출하여 일반 관광객뿐만아니라 전국의 사진작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테다소나무 등 다양한 소나무, 매화, 산수유, 동백 등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취해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을 듬뿍 담아간다.
나무의 마음 / 이은상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쉬고 뜻도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꺽으면 눈물 흘리죠
꽃피고 잎이져 향기 풍기고
가지 줄기뻗어서 그늘 피우먼
온각새 모여들어 노래 부르고
사람도 찾아와 쉬여 놀지요
..
점심은 나주객사 앞에 있는 곰탕거리에서 먹기로 했다. 곰탕거리에는 하얀집, 노안집, 남평할매집이 있다. 같은 나주곰탕이지만 울어내는 국물의 깊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나는 깔끔하고, 연한 하얀집을 선호한다. 혁신도시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자주 왔던 곳이기도 하다. 10년 가까이 지나는 사이 곰탕거리는 화려해지고 세련되어 있었다. 곰탕 한그릇 가격은 11,000원으로 비교적 착하다. 그동안 서울에서 먹던 나주곰탕은 가짜임이 증명되었다. 진짜 나주곰탕은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나주곰탕은 체인점을 낸 적이 없단다.
하얀집 옆에는 커피숍 ‘예가체프’가 있다. 예가체프 사장님하고는 인연이 있다. 한전 프로젝트로 5개월동안 객지생활을 해야만 했던 나에겐 주말이면 쓸쓸하게 보내야 했다. 마침 같이 일하던 동료 중에 음악에 조예가 깊은 친구가 있어, 자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쉬는 주말 같이 나주 시내에 나가는 길에 예가체프 사장님을 뵈었다. 그 친구는 보관 중이던 희귀 LP판을 온라인으로 거래 중이었고, 사장님은 단골이었던 모양이다.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김에 직접 거래하러 간 것이다. 당시 LP판 하나에 수십만원 혹은 백만원 가까이 되는 것도 있었다. 사장님은 오디어 매니어 였다. 초대된 집에는 온갖 오디오 세트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희귀음반으로 음악감상도 하고, 직접 제작한 CD도 몇장도 선물로 받았다. 뿐만아니라 매달 예가체프에서 지역 음악가들과 함께 ‘콘서트’를 여는데, 초대도 받아 갔었다. 당시 그 자리에 초대된 분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당시 광주시장인 윤장현 시장부부, 가수 은희씨의 남편분 등이 있었다.
곰탕을 먹고 남은 시간에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예가체프'를 찾았다. 주방에는 여전히 사모님과 따님이 계셨다. 사장님 안부를 물으니, 몸이 불편하여 자주 안 나오신다 한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간단한 메모를 남겼다. 몇 시간 지난 후에 사장님으로부터 전화연락이 와서 훗날 다시 만나 음악도 감상하고 커피도 한잔 하자고 약속을 했다.
신안의 천사대교는 우리나라 대교 중에 4번째로 긴 다리라고 신안군청에서 나오신 문화해설자분이 말씀하신다. 나이가 지긋하신 부산이 고향이신 분이다. 여행을 하다가 신안이 좋아 정착하신 지 20년이 넘어다 하신다. 어쨌든 그 분의 맛깔나는 설명을 통해 천사대교가 만들어진 배경을 들으며 7.4키로에 달하는 다리 위를 달려 건너편 휴게실에 잠시 정차한다.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도 있고, 호떡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도 판다.
달리는 다리위로 바다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보인다. 대부분 무인도로 바닷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라지고 나타나는 무인도가 있다보니, 정확하게 숫자를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그래서 신안은 ‘1004’라는 브랜딩을 한 것이다.
천사대교를 지나 한 시간가량 더 들어가니 안좌도, 박지도, 반월도를 연결해 만들어진 유엔이 인정하는 최고의 퍼플교가 등장한다. 모든 세상이 보라색 물결로 덮은 곳, 지역 주민 속옷까지 보라라는 속설을 가진 곳, 한국은 물론 해외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퍼플교를 드디어 와 본다. 보라 다리의 탄생비화에는 박지도 김예금 할머니가 등장한다. ‘두 발로 걸어서 육지로 나오고 싶다’라는 소망에서 시작해, 신안군이 2007년 안좌면 두리선착장과 박지도, 박지도와 반월도를 연결하는 총 길이 1.46키로의 목조교를 놓았고, 어떻게 하면 특색 있는 섬으로 홍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섬에서 주로 나는 왕도라지꽃, 꿀플꽃, 라벤더, 고구마 등 보라색 꽃과 작물이 들어와 보라색을 선정했다.
보라다리로 들어가는 곳은 두 곳이다. 박지도로 들어가는 곳이 있고, 반월도에서 시작하는 곳 두 곳인데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전체 다리를 건너려면 2시간 이면 충분하다. 약 7500보 정도의 거리라 하니, 쉬엄쉬엄 주변을 구경해도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힐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