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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Aug 08. 2021

입덧을 견딘힘-아마렉틴

약물에 의존한 임신 초기

2021.03-06월

임신을 알게 되고 얼떨떨하고 감격스러운 마음은 잠시, 잔인한 현실이 다가온다.

입덧.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모른 채 뿌연 안개가 자욱한 파도가 심한 배 위에 올라탄 기분.

심지어 내리고 싶다고 떼를 써도 더 즐겁게 바이킹을 태우는 잔인함이란.


그렇게 시작한 입덧을 갖고 일을 비롯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니 나는 살겠다고 산부인과를 찾아간다.


입덧에 좋다는 음식, 사탕 등등 이런저런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체요법(입덧에 좋다는 음식, 사탕 등등)은 있으나 다 필요 없고 약 드세요, 라는 글을 봤다.


아, 요샌 약을 먹는구나.

이렇게 많이들 먹으니 나도 먹어도 되겠지?


“약 주세요.”

하기도 전에 담당의는 조심스레 약 처방을 물어보고, 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 주신다.

먹는 방법도, 성분도 어려운 약인만큼 많은 임신부들이 '약'을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꺼려하나 심리적 두려움보다 큰 것은 입덧의 불편함이었다. 


주저 않고 바로 약을 먹으면서 식사도 하고, 하루 종일 토할 것 같은 기분에서 살짝 벗어나긴 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변기통을 잡고 토를 해도 해도 속이 불타고 아프고 나올 게 없는데 계속 게워내질 것 같은 아픔에 엉엉 울었다. 숙취가 심한 걸 넘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이 지속되니 그냥 죽여달라는 아우성 같은 울음이었다.


다행히 약을 먹으니 그런 횟수는 잦진 않았고, 8주부터 시작되어 16주쯤에 끝난 입덧 기간 동안 한 4-5번가량 찢어질듯한 고통의 울부짖음을 달렸던 것 같다.


남편은 항상 변기 뒤에 매달린 짐승의 울음소리를 다독이며 등을 쓸어주었다. 나아지는 건 없었지만 동반자가 없었다면 외로웠을 시간들이었을게다.



디클렉틴, 아마렉틴; 회사별로 이름이 다르다. 출처: 현대팜 복약정보 시스템

입덧 약이라 불리는 이 약의 이름은 아마렉틴, 디클렉틴이라는 이름으로 처방된다. 출시된 지는 미국에서는 10년 정도 되었고,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현대약품에서 시판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커피 한잔 조심할 시기라 이전에 먹었던 두통약까지도 공포의 대상이 되는 임신 초기라지만 아기 엄마 이전에 생존권이 달린 한 명의 사람이기에 살고자 먹었던 것 같다.


요즘엔 많이들 먹는 추세인데 아마 임상시험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만큼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서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산부인과 의사들도 잘 권하고, 임산부들도 선택하는 데 덜 망설이는 것 같다. 


부작용이라면 태아에 이상이 있는 결과는 현재까진 없고(100% 영향이 없을 거란 이야기는 아님. 모든 약과 섭취 식품들은 그만큼의 부작용이 존재함), 엄마들의 입덧이 조절되는 정도가 다르거나 입덧이 사라질 즈음에 먹으면 오히려 메슥거리는 불편감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입덧을 할 때만 먹어야 함을 스스로 양을 조절해야 하는 약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조금 괜찮은 상태에서 양을 늘리면(최대 하루 4정) 역효과로 구역 반사가 더 올라왔던 것 같다.



친구와 동료 주사님이 사다준 입덧 캔디와 민트 캔디, 껌 등도 도움이 되었지만 아프고 힘들 땐 의약품에 기대는 것만큼 큰 효과는 없는 듯하다. 


8주부터 시작되어 16주경에 끝난, 입덧 파도는 아마렉틴과 함께 대장정을 마무리 지으며 지금은 얼굴에 가득한 트러블과 온몸의 소양증을 겪으며 아기가 자라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한창 입덧을 할 땐 태동이 없는 아기가 보내는 신호이니 힘들더라도 화장실에서 고된 시간을 보낼 때면 태동을 느끼는 거라고 위안 삼으라던 선배 엄마들의 말씀에도 심리적 지지를 얻으며 견뎌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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