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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Jan 12. 2024

선망의 직업, 부동산 사장

지금이야 신도시가 되었지만 내 고향 파주는 아주아주 시골이었고 지금도 신도시로 개발된 구역을 빼곤 여전하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친구들의 부모님이 군인이 많았고, 아닌 경우는 자영업자와 근방 중소기업이나 공장의 근로자, 농부, 교사 정도의 직업군이 분포해 있었다. 


빈부격차를 크게 느끼진 못했는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휴대폰을 무엇으로 샀는지, 불우이웃 성금을 얼마를 했는지, 등으로 부모의 직업과 벌이가 주는 격차를 차츰 느끼기 시작했다. 


그 중 부동산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동급생이 거액의 성금을 냈다는 얘기를 듣고는 학년마다 소문이 났다. 

"역시 휴대폰이 최신형이잖아."

"그래서 맨날 가방도 새거잖아."

"부동산 하면 돈 많이 버나봐."


이런 류의 대화들이 초등학생 6학년 사이에 돌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동네친구라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분식집 떡볶이가 500원이던 시절에 20만원이라는 성금을 초등학생 1명이 내는건 이슈였다. 


어쩌다 우리 엄마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공부하며 그 친구네 부동산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밥을 얻어 먹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걸 보면서 그 선망은 더 커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무원, 소기업 직장인 부모님들보다 더 나은 형편인 정도였지만, 나 포함 또래 주변 동급생들이 자기 방을 온전히 갖지 못하는데에 비해 방이 4개인 거실이 운동장만한 평수가 가장 넓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방학이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 당시엔 재벌2세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주변에 의사, 변호사, 교수 같은 전문직종이 없었고, 초등학교다 보니 다 동네 친구들인데 그 중 용돈이 크고 집이 가장 넓은 친구는 그 친구뿐이었다. 


자연스레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려면 부동산을 해야 되는구나, 생각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그 선망은 현실적인 자본의 이치와 운의 초이스로 인해 부동산 사장이 되는 것만으론 돈을 많이 벌수 없다는 걸 알았다. 


다음으로 타깃이 된 선망의 직업은 하루종일 가장 많이 만나는 '교사'였다. 선생님들은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월급이 얼마라고 얘기했다. 


우리 부모님보다 많이 벌었고, 방학이 없는 일반 직장인보다 나아보였다. 교대나 사범대를 가는 것도, 졸업후 임용을 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었지만 삶의 윤택함이 보여 중고등 시절엔 교사를 선망했다. 


고 3때 내가 선택한 진로는 간호학과였고, 이 또한 선택할 수 있는 점수대의 학과와 학교 중 친척이 갖고 있는 직업이라 익숙하여 선택한 것이다. 


간호사를 하면서도 한켠에 어쩌면 교사를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며 편입과 재입학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거나 목표를 가질땐 직간접적인 경험에 기반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가끔 그런 경우는 있다. 집이 가난하고 아무도 전문직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가 공부를 잘하고 역량이 뛰어나 주변에서 직업을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다수의 학생들은 결국, 익숙한 것 중 올라갈 수 있는 나무를 선택해서 진로를 걸어간다. 


그리고 그 진로 안에서 자신만의 다양한 길을 찾아야 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만으론 불가능하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책을 보고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봐야 알수 있다. 


일례로 TV에 자주 나오는 '직업'을 기반으로 전문가가 된 셀럽들을 보자.

오은영 박사가 있고, 설채현 수의사가 있다. 

금쪽이 전문가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 수의행동트레이너로 유명한 설채현 수의사


이들은 모두 각자의 전공(의학,수의학)에서 익숙한 길을 갔다가 기회가 오고 경험을 쌓으며 독특한 자기만의 '직업'을 구축했다. 


오은영 박사나 설채현 수의사의 직업을 정의해서 그렇게 되고 싶다면 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의대를 나오고 수련을 받은 것까진 할수 있다쳐도 그 이후의 행보를 동일하게 걷기란 확률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나 유명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견고하게 자리를 잡은 데는 기존의 지식과 경력을 자기만의 색채를 입힌 서사로 다시 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돌아가보면 부동산 사장이라는 직업을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것, 사장으로 그 자리에서 편해 보이는 것으로 선망했다. 교사라는 직업도 방학이 있고 소기업 직장인보다는 나은 벌이라는 부분과 노후의 보장으로 선망했다. 


지금 생각했을 때 너무 지엽적인 생각이었다. 그 직업이 가져다주는 부수적인 것만 생각했지, 진짜 무슨 일을 하는지 업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은 없었다. 


좁은 시야와 적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뭘 알아야 해 볼것 아닌가

책, 강연, SNS 눈팅, 뭐든 좋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알아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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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부터 [탈리]라는 탈임상 플랫폼에서 현직자 파트너로 활동중인데요.

다음주 (월) 1/15 오후 7시에 화상으로 다양한 직무를 소개하는 클래스를 준비했어요.

꼭꼭 부동산 사장님이라는 직업만 알고 있던 분들이 더 넓고 깊은 보건의료계열의 직무를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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