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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Nov 13. 2020

[출간전 연재] 간호학생 실습 지도

국제개발협력 초짜의 별별 경험담

*본 글은 종이책 출간 전 발행 글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출판 서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0년 7월

대표님이 갑자기 8월에 간호학생들이 올 것 같다고 간호사 출신인 직원이 임상실습 지도를 해야 하는데 과장님이랑 나한테 부탁을 해도 되냐고 물으셨다. 이화여대 간호학과 학생들 중 국제 간호 전공 실습 과목이 있는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해외로 실습을 갈 예정인 학생들이 국내 보건의료 관련 비영리기관이나 공공기관에 가는 것으로 변경이 되어 학교에서 급히 연락이 왔는데 담당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 들어왔다고 했다.


뭐,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학교나 대표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예,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몽골 제안서 때문에 바삐 7월이 지나갔고, 8월이 되자 실습 준비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먼저, 간호사 출신 직원은 나뿐 아니라 국내 사업을 담당하는 과장님이 계셔서 학교 담당자와 연락하고 서류 등을 준비했다. 그렇게 과장님이 지도 선생님을 하시겠구나, 하고 있다가 대표님이 커리큘럼은 나한테 짜라고 부르셨다. 

응? 뭐지?

알고 보니 과장님은 학생들이 원래 외국으로 실습을 가기로 한 글로벌 전공 실습 시간에 한국 NGO 사무실 와서 뭘 배울 수 있겠냐는 회의론을 피력하셨다 (대표님이 너무 오픈마인드라 현실적인 직언이 필요). 과장님으로부터 그다지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자 이미 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신 대표님이 나에게 학생들 지도를 전반적으로 맡기셨다.


그 순간, 나는, 6개월 차 조무래기한테 이래도 되는가. 아니 나는 둘째 치고, 학생들은 무슨 죄인가. 그래도 돈 내고 다닌 학굔데 2주간의 실습을 나 같은 인간에게 맡기시다니. 담당 교수님들이 알면 깜짝 놀라시겠구먼. 


그러한 미안함 반 의문감 반으로 나름 여기저기서 물어보고 조언을 구해서 시간표를 짜고 사무실 직원들의 명강의로 시간을 꽉 채웠다.



뭐, 한국 NGO에서 하는 일이란 게 펀딩을 받아서 현지의 파트너 기관들에게(국내/국외) 보건의료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회계업무를 봐주고, 보고서 작성을 도와주는 일이 주 업무라서 보여줄 게 컴퓨터 앞에 앉아 해당 문서를 작성하는 게 다였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현장의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나도 학생 때 이러한 일들의 존재에 대해 알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조금은 컸기 때문이다. 


정말 현실적으로 임상 간호에 비해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개발협력을 한다면 어딜 가든 보고서와 회계일은 기본이라 실제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일찍이 환상이 깨지길 바라면서 실습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론, 회의실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현장 얘기 듣고, 보고서 작성 숙제해보는 게 다였지만 생생한 이야기들을 체험할 수 있어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말해주어 준비한 직원들도 모두 뿌듯한 2주가 되었다. 


실습 학생분들이 좋은 분들이라 높게 평가해 준 것도 있었지만 다들 해외에 나간 것보다 값진 시간이었다고 평을 남겨주어 준비했던 분들에게 소소한 보람을 남겨주었다. 

뭐라도 남는 게 있어서 다행이다.


아마도 졸업을 하고 몇 년간은 임상에 있을 테지만 개발협력 일을 생각할 때 너무 어렵거나 현실과의 괴리감은 덜 느끼길 바라며 또한 내가 신규 시절, 간호사 시절 느낀 어려움은 그네들은 더 이상 느끼지 않길 바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임상현장 지도자 용 점수 평가표가 들어있던 지침서. 절대평가이고, 다들 성실히 임해주어 괴랄한 채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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