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니 Feb 22. 2021

산 넘어 산

Fail 넘어 Fail

온라인 석사를 시작한 지 어언 8개월이 지났다. 

12월에 일도 새로 시작하면서 지난번 시험 fail 재시험도 준비하고, 새로 듣는 과목 과제도 준비하는 엄청난 한 달을 보냈다. 처음이라 적응하기도 벅찬데 확진자는 연일 최다를 기록하고, 거의 공황장애가 올 것 같던 순간순간을 보내면서 또 fail이면 그간 쓴 1000만 원가량을 훌훌 버리게 되는 셈이었으니 피똥 싸게 노력했다. 


같이 fail 한 같은 반의 다른 친구와 종종 왓츠앱을 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준비 잘돼?"

"아, 모르겠어. 지난번처럼 문제가 나올까? 완전히 다르면 어떡하지?"


뭐 이런 출구 없는 질문들이 난무하는 대화창이었으나 외롭지 않아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12월 말을 보내며 일주일에 단 하루 쉬는 날을 오롯이 시험공부와 리포트 작성으로 보내었다. 


드디어 12월 말.

그간의 시간과 돈이 물거품 될 수 있는 시험을 두근대며 치르고, 과제까지 마저 제출했다.

나쁘진 않을 것 같아, 하는 소리를 하며 남편과 주말 하루를 하얗게 불태우고 출근을 하며 바삐 보내다 일주일 뒤, 결과를 확인했다.


두둥!

둘 다 무사히 통과하여 이 팍팍한 온라인 석사생을 계속하게 되었다. 흑흑.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계속해서 이 길을 가게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시험의 고난을 이겨내자고 함께하던 동기는 fail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 사는 인도계 출신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나보다 영어가 뛰어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통과한 시험에 영어권 마을에 사는 사람이 fail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시험을 통과했다는 안도감보다 놀라움이 더했다.


왜 그토록 많은 언어를 장벽으로 뛰어넘은 사람들이, '언어가 문제긴 하지만 생각보다 아주 큰 문제는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다소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한국어를 잘 안다고 한국어로 된 모든 내용의 수필, 소설, 지식 서적을 통달하지 못하듯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못하는 외국인이 내가 못하는 부분을 한국어로 제법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았다.


물론, 동기생의 아픔을 서로 위로하며 나의 시험 문제 답변들을 같이 공유했다. 아직 그의 결과가 어찌되었는지 나도 바빠서 물어보진 못했지만 1000만 원을 수포로 돌리지 않았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이제 이번 모듈(과목)의 리포트도 코앞이다. 이번 수업은 보건경제학이었는데 진짜 최악 중의 최악이다. 수업이 최악이 아니라 수업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정도가 최악이다.


무슨 말인지 당시엔 알아듣는데 내가 풀려고 하면 도무지 어디부터 어떻게 손댈지 몰라하는 수학 문제 같다. 그렇다. 나는 수포자였다.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경제 용어와 이론을 대입시켜서 원하는 산출을 내야 하는 리포트는 당최 무엇을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이래 놓고 써 갈기면 또 '헛소리 말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는 피드백을 들을 것이다. 


내 과제에서 늘 듣는 피드백이다.


마치 아이엘츠에서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고 곁다리를 빙빙 돌아가며 문법을 틀리면서 장황한 말을 하던 때와 다르지 않다.


아, Fail 넘어 Fail이 기다리고 있는 이 시간이 언제나 끝날런지.


이번엔 한 번에 넘어가자. 아자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