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설렌 순간이 있는가?
웹툰 PD로서 그 순간을 뽑자면, 단연 내 취향의 작품을 발견한 순간일 것이다!
매일 새로운 작품을 찾아 온라인상에서 이곳저곳을 누빈다.
도전만화, 인스타툰, 전공생 졸업 전시회까지.
그렇게 작품들을 타고 타고 가다가 눈길을 확 사로잡는 썸네일을 발견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썸네일을 클릭해 웹툰 원고를 찬찬히 스크롤하여 탐색한다.
‘제발 재미있어라! 내가 찾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가?!’
이 작품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성이 있는지,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가 있을지,
무엇보다 우리 플랫폼의 다른 작품들과 결이 맞을지 우리 독자들이 좋아할지?
이런 기준에 대한 답이 다 O표시가 될 때 머릿속에 큰 느낌표가 뜨며 확신하게 된다.
그때서야 심장이 마음껏 쿵쾅대도록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연다.
-그렇게 만난 작품과의 첫 만남 썰
몇 년이 지나도 처음 그 작가님을 발견하게 된 순간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마치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처럼 내 가슴을 뛰게 만든 바로 그 순간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매주 PD들이 서로 찾은 신작을 공유하는 회의 준비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찾아 온라인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나열되어 있는 수많은 썸네일 속 화려하면서 색감이 예쁜 그림체가 눈에 들어왔다.
두근- (혹시?!)
안정적인 인체 작화와 자신만의 예쁜 그림체를 가지고 있고, 3화 완결의 단편 원고에서 스토리 구성력과 컷 연출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소개글에 기재되어 있는 인스타그램을 홀린 듯이 따라가 본다.
이럴 수가!
이 작가, 한복도 잘 그리잖아?!
인스타그램에는 이전 단편에서 보여준 현대물과는 달리 작가가 취미로 그려둔 듯한 여러 시대의 한복을 입은 여러 나이대와 신분의 여성들이 귀엽거나 사연 있어 보이는 듯 다채롭게 그려져 있었다.
현대 배경으로 그린 원고들과는 다르게 한복을 입은 동양풍의 일러스트들은 채도가 낮았다.
그래서인지, 각 일러스트에 그려진 인물들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나 사연이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이럴 때 웹툰 기획 PD로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이 궁녀 뭔가 쎄한데? 왜 저렇게 웃지? 사실 과거에 가족을 잃은 사연으로 복수를 위해 궁에 들어온 것 아닐까? 그래서 앞과 뒤가 다르고 혼자 있을 때 저런 쎄한 미소를 짓는 거지. 그 밑에 중전은 뒷모습만 봐도 그림자를 보니 뭔가 흑막이 있어 보여! 둘이 뭔가 있는 거 아니야?! 한번 연관 지어볼까!!!'
그렇게 홀린 듯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면, 메일창을 연다.
작가에게 고백 편지(저희는 이런 플랫폼이고 작가님의 어떤 점에 반해 연락드렸어요. 서로를 더 알기 위해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지 않으실래요?)를 쓰듯이 들뜬 마음을 한 자 한 자 적어본다.
[안녕하세요, oo작가님! 메일을 통해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웹툰 PD ooo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작가님이 올리신 <ooo> 작품을 재미있게 보고 연락드립니다.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작화와 특유의 색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더불어 SNS에 올려주신 한복 일러스트들의 어딘가 사연 있어 보이는 연출과 분위기로 인해 인물들의 서사가 궁금해지는 매력을 가졌더라고요! 인상 깊게 보아 혹시 관련하여 준비 중이신 혹은 하고 싶으신 웹툰 소재가 있으실지 궁금한 마음에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