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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PD Apr 19. 2024

웹툰 발굴부터 완결까지 함께 달려요!

웹툰 PD를 설명할 때 종종 러닝메이트로 비유하곤 한다. 

웹툰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작가님과 이인삼각 경기를 하듯 파트너로 함께 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님께 계약서를 드리며 늘 하는 말이 있다. 

“론칭 준비부터 완결까지 옆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지치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같이 달려 보기로 해요~!” 


-웹툰 발굴부터 미팅까지: 약 한 달부터 최대 1년까지의 기간 소요

웹툰 어플을 들어가 보면 각 플랫폼별 분위기가 느껴진다. 

화려하고 쨍한 색감들의 그림체로 로맨스부터 판타지 장르의 작품들이 주로 보이는 곳, 액션 무협 장르의 남성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작품들이 가득한 곳, 차분한 색감과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한 선들과 안정적인 그림체들로 스토리 흡입력이 좋은 드라마 같은 작품들이 많은 곳, 파스텔톤의 색감과 부드러운 선과 그림체의 귀엽고 따뜻한 작품들이 많은 곳 등.


각 플랫폼별로 주력하고 조성한 작품들이 있는 만큼, 플랫폼의 PD는 자신이 속한 플랫폼의 독자들이 좋아할 작품 위주로 신작을 찾아본다. 여기에 PD가 평소 좋아해서 더 잘 서포트할 수 있는 장르면 금상첨화이고~! 그러나, 이로 인해 이미 비슷한 장르와 소재와 타깃층의 작품들이 많이 계약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기존의 독자층에게도 새로움을 줄 수 있으면서 너무 결이 다르지는 않은 다른 장르나 소재의 작품 역시 환영한다. 

이런 기준들을 바탕으로 매주 얼마간의 시간을 정해두고 도전만화부터 포스타입과 인스타그램과 전공생들의 온라인 졸업전시회 페이지 등을 돌아다닌다.


그중 눈길을 사로잡고 안정적인 작화와 스토리를 가진 작가를 발견한다면, 주저 없이 메일을 쓴다. ‘안녕하세요, ㅁㅁ작가님! 메일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웹툰 PD OOO입니다. ’  

작가님의 긍정적인 답장을 받으면 대면 미팅을 잡아,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해 본다.

이 미팅은 작품의 어떤 점이 좋아서 연락을 드리게 되었는지와 작가님은 이 작품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듣고, 우리 플랫폼의 분위기와 장점에 대해서 설명드리며 서로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시간이다. 



-계약부터 론칭까지: 최소 4개월부터 약 6개월 소요

PD 마음에 든다고 해서 바로 계약을 할 수는 없다! PD도 한낱 직장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래서 미팅 후 작가님께 계약서를 전달드리려면, 우선 내부 보고를 통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른 PD들에게도 공유 후 이견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우려 사항이 있다면 그 역시도 PD가 해결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좋다는 의견이 있다면 왜 좋은 지도 다 취합하여 이 작품의 강점을 잡아보는 소스로 활용한다.


그렇게 의견을 확인 후 이견이 없다면? 부장님 보고로 넘어가자!

부장님은 해당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으시기에, 작품의 장르와 줄거리와 총 화수와 강점과 예상 독자와 인기도 등을 텍스트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품의 매력이 잘 담긴 원고 컷 혹은 포스터나 캐릭터 시트 등을 함께 동봉하면 보고 준비 완료! 

이 작품에 대한 담당하게 될 PD의 확신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어

한통의 메일로 부장님의 확신도 이끌어내는 것이 오늘의 목표.

부장님의 OK 사인이 떨어지면, 기쁜 마음으로 작가님께 계약서를 건네어드린다. 


계약 완료!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계약은 완료되었지만, 작품 론칭을 위한 세이브 원고 작업부터 독자들에게 첫인상으로 선택의 여부를 결정할 일러스트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후후.


매주 연재에 익숙해져야 할 작가님을 위해 화별 작업 기간을 점차 줄여나가는 일정으로 

작업 일정을 제안드리고, 이를 위해 우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을 함께 한다.

기승전결 구조로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상세하게 구분하여 적어보고, 이를 또 화별 한 줄 로그라인으로 쪼개보는 작업이 진행된다. 원고 작업 시작 전 스토리를 완성시켜 두면 매주 연재 때 스토리 고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이 자료를 이정표 삼아 차례대로 가면 되기에, 처음에는 힘들어하시지만 연재 중에는 해두길 너무 잘했다고 하시는 작업이다.


여기서 PD의 역할은? 

작가님이 보내준 스토리 라인이 너무 진부하진 않은지, 혹은 세부 사건 없이 급결말이 나진 않는지, 독자가 이입할 수 있는 요소가 적진 않는지, 작품의 매력이 덜 보이진 않는지 등 여러 요소에서 추가하거나 수정할 방향을 고민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스토리라인부터 원고 작업들까지 루틴화되면, 이제 론칭일을 확정하고 세이브 원고들을 쌓으며 작업 기간을 줄여나가는 연습을 함께 하면 된다.



-연재부터 완결까지: 몇 개월부터 몇 년까지 작품별 상이한 기간 소요

드디어 D-DAY. 그동안 공들여 닦고 빛나게 한 작품이 플랫폼에 데뷔했다!

작가님께 고생하셨단 말과 함께 축하 연락을 드리며, PD인 나 역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독자들의 반응들을 확인한다. 작품의 찜 수부터 좋아요 수와 댓글 수부터 예상한 반응들 일지 모든 게 다 궁금하니까.

좋으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보통 신작의 경우, 신작빨이라고 하여 마치 개업한 가게 앞이 문전성시인 것처럼 새로운 작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어오고 다음 주부터는 평소 자기가 보던 기존 작품만 보고 잊히기 쉽다는 사실.

그래서 혹시 마케팅팀이 어떤 날이나 시즌을 맞이하여 SNS 게시물이나 기획전 페이지에 홍보하기 좋은 작품이 없냐라고 물어본다면, 담당 작품 중 어울리는 작품이 있다면 이유와 함께 어필하곤 한다.


연재 중반이 되면 작가님들 사이에 유행하는 병이 있는데, 바로 ‘내 작품 재미없어’ 병이다.

혼자 작업하며 매주 연재를 반복하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이게 맞나 싶기도 하여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걱정이 드는 작가님, 그리고 소재가 고갈되어 작업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작가님. 지쳐서 작업 속도가 계속 느려지고 일상의 기쁨이 사라진 듯한 번아웃이 온 작가님 등.

각기 다른 케이스지만 이 모든 걸 PD는 세심하게 알아차리고 더 심해지기 전에 작가님을 케어해드려야 한다! 계속 느려지고 힘들어하는 작가님 혹은 전화가 가능할지 묻는 작가님께는 바로 전화를 걸어 묻는다. 

“작가님 요새 괜찮으세요?! 혹시 힘든 부분이 있으실까요?! 제가 달려갈게요. 만나요 저희!”


이렇게 서로 독려하며 무사히 완결까지 완주한다면, 작가님과 PD의 이인삼각 경기도 끝!

작가님은 마지막 화 원고를 내게 보내주실 때, 나는 해당 원고가 제시간에 올라가도록 내부 프로그램에 세팅할 때 비로소 마지막임이 실감이 난다. 

서로 함께 한 기간이 보통 1년 남짓으로 짧지 않은 만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지막 화를 주고받는 메일 속 서로에게 감사 편지를 담아 보내곤 한다. ‘작가님과 작업하며 이런 점이 좋았고 인상 깊었다고, 또 이런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시고 저와 독자분들께도 매주 즐거움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앞으로의 작가님의 행보도 기대하고 응원하겠다’고 말이다.

또한 작가님과의 매주 연재를 위한 레이스는 끝났지만, 그렇게 만들어주신 작품을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잘 홍보하겠노라는 다짐의 말도 곁들이곤 한다.


작가님은 메일로 혹은 후기 원고로 PD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주시곤 하는데, 처음 이 땡쓰투란에 내 이름이 적힌 걸 볼 때 놀라움과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온라인으로도 작별인사를 하고 서로의 상황이 허락하면 완결 기념 식사를 통해 오프라인으로도 작별인사를 하기도 한다. 그간 수고했다며, 잘 쉬어주시고 다시 또 만날 날을 기약하자며 안녕을 고한다. 안녕은 헤어짐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의미도 있으니까. 


이렇게 PD는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달린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N 년까지의 기간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응원과 힘이 되어주는 존재. 

그게 바로 웹툰 PD와 작가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자, 그럼 오늘도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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