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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Oct 29. 2023

13. 웹소설 강의와 감평

두 개의 자아가 필요합니다

10월부터 꽤 이름난 곳의 웹소설 아카데미 과정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배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책도 냈고,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거든요.


심지어 감평이라니요?


빨간 줄이 죽죽 그어지는 형태는 아니지만, 실제 유명 웹소설 출판사 편집팀장님께 신랄한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처음 아무것도 모른 채 순문학 스타일로 웹소설 원고를 투고해도 돌아오는 것은 거절 메일이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좋다. 세계관도 좋다. 글도 몰입된다.

그러나~의 형태로 비슷했습니다.


그 원인은 꽤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어느새 강의와 감평이 4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제가 느낀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웹소설 독자는 '대리만족'을 위해 글을 읽는다.


일반 순문학 시장과 달리, 웹소설 독자들이 편당 100원의 돈을 지불하고 글을 읽는 이유는 '현재 본인의 삶과 다른 삶'에 몰입하고 싶은 독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를 주제로 한 웹소설은 유독 '천재 아이돌 그룹'처럼 '내가 ~라면 어땠을까?'라는 독자의 환상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재벌가의 누구, 대기업의 사장, 천재 연기자 등등 말이지요. 사실 이런 현상은 웹소설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차이가 있다면, 드라마와 달리 웹소설의 주인공은 완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리만족'을 위해 글을 읽는데 주인공이 갑자기 바보 같은 행동을 한다면, '몰입'이 깨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원고를 처음 투고했을 때, 많은 출판사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내용입니다.


'주인공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주인공의 역할이 유일하지 않다.'


2. 웹소설계는 문장을 길게 늘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제가 고생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문장을 원래도 길게 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웹소설계에서는 이것도 길더라고요.

그리고 그 이유를 듣고 나니 너무도 수긍이 됐습니다.


웹소설 독자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으시고, 그중에는 돋보기안경으로 글을 읽는 분들도 많으시다고요.


웹소설의 목적은 '상업성'인데, 일정 연령대의 독자분들 배려해 드려야 '매출'로도 직결될 테니까요.


수익도 좋지만, 원래 해보고 싶었던 꿈 중 하나가 유명 '판타지 소설 작가'였던지라 이게 맞나 싶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냥 제 곤조대로 써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읽는 툴'의 특성을 이해하고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꽤 납득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아래 수준으로 문장을 줄이고 있습니다.


 웹소설계의 문을 두드리며 직감했다.

 이곳에서는 내가 쓰고 싶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오로지 독자에게 어떤 재미를 주는지가 중요하다.

 

 웹소설용 필법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순문학 필법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다른 자아로 웹소설용 필법을 배우는 것.

 

 두 개의 자아 두 개의 이름.

 앞으로의 내 미래.


제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웹소설 과정에서 제공하는 영상 스터디윗미 순위입니다.


순 작업 시간을 손 캠으로 측정하는 건데, 제가 2위 하시는 분보다 2배 더 많습니다.


인풋을 팍팍 집어넣다 보면 금세 데뷔하지 않을까요? :)


또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습니다. 삶이 항상 재미있거든요.


웹소설이 나와도 필명과 작품명을 말씀드리기는 힘들겠지만, 계약이나 데뷔가 결정되면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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