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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 Vianney Jun 02. 2022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위층 성당 III)

중세 수도원 이야기

오른편 사진 : 안토니오 성인의 유해를 모신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대성당

18. 프랑스 아를의 규칙서의 방에 나타난 프란치스코

이 장면에서는 아시시에 있는 프란치스코가 동시에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나타나는 이처소재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단자들의 쇠망치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대설교가였던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은 프란치스코의 명령으로 프랑스에 성행하고 있던 이단인 카타리파와 싸우기 위해 아를르에 있는 수도원 규칙서의 방에서 형제들을 모아놓고 십자가가 위에 있던 예수님의 죄명판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단자들 앞에서 프란치스코 수도자들이 설교한다는 것은 말싸움일 뿐만 아니라 목숨도 내놓아야 하는 몸싸움이기도 하였습니다. 안토니오 성인의 말씀을 듣고 있던 형제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도 하였고 두려움에 지치기도 하였습니다. 그 순간 안토니오 성인 옆에 턱에 손을 괴고 있던 모날도 형제는 갑작스러운 영감을 받고 문쪽을 바라보았고 성 프란치스코가 십자가 모양으로 양팔을 벌리고 오른쪽 손가락으로 예수님처럼 축복하며 공중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나머지 형제들은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성인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숙이 느끼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위로해 주시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주님께서 함께 하고 계시다는 그리고 프란치스코도 함께 하고 있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요한 20장 19절)

 

오른편 사진 : 프란치스코 성인이 오상을 받으신 바위에 세워진 오상 경당

19. 라베르나산에서 오상을 받는 프란치스코

성 프란치스코의 지상에서 삶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해발 1200미터의 라베르나 산은 성인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여섯 번 올라가신 곳입니다.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기도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하여 키우지의 백작 오를란도 (Orlando)로부터 받은 산입니다. 1223년은 성인에게 인간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형제들은 엄격한 프란치스코의 수도 규칙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완화된 규칙서로 오노리오 3세 교황에게 인준을 받습니다. 사람 중심의 수도원을 원했지만 수도원 중심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형제들을 보면서 어쩌면 자신이 걸어왔던 이 특별한 정체성에 대해 흔들리는 맘을 발견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들은 도망치고 갈바리오 산을 홀로 십자가를 메고 올라가셨던 예수님처럼, 1224년 9월 마지막으로 이 산을 오르던 프란치스코의 마음속엔 형제들로부터 배신감을 느끼며 올라갔을지도 모릅니다.


심적으로 느끼는 극심한 고통과 혼란 속에서 기도하는 중에 하느님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여섯 개의 날개를 가진 세라핌 천사의 모습으로 예수님께서 나타납니다. 두 개의 날개는 하늘로 두 개의 날개는 몸과 다리를 감싸고 나머지 두 날개는 공중에 떠 있기 위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다섯 군데의 상처에서 빛이 나와 프란치스코에게 똑같은 상처를 남겨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예수님을 올바로 잘 따랐다는 일치의 표시이자 징표였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프란치스코를 늘 곁에서 돌보았던 레오 형제가 이 사실도 모른 채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20. 프란치스코 성인의 선종

1226년 10월 3일 성인께서는 포르치운콜라에서 선종을 하셨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두 세계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하여 있습니다. 아랫부분은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성인의 유해 앞에서 슬퍼하는 형제들과 아시시의 성직자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구름에 가려진 천상 세계를 표현하고 있고 프란치스코의 영혼이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올라가고 있습니다. 죽음을 자매라고 불렀던 프란치스코에게 이 순간은 두려움이 아니라 주님을 영원히 만나게 되는 기다림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성인은 천상으로 오르는 그 순간에도 팔을 벌려 언젠가는 자기처럼 죽음의 자매를 만나 올라올 세상에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21. 성 프란치스코가 임종 후 아우구스티노 형제와 아시시 주교에게 발현함

성인께서 임종한 직후 두 사람에게 처음으로 나타난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앞선 그림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테라 디 라보로에서 며칠 동안 움직이지도 말도 못 하면서 임종을 기다리던 아우구스티노 형제였습니다. 이 형제는 성인의 영혼이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보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기도 함께 가겠다고 외쳤고 주변 형제들에게 프란치스코 성인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 후 자신도 임종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아우구스티노 형제가 프란치스코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처럼 그전 그림 속의 천상으로 올라가는 프란치스코는 머리를 돌려 아우구스티노 형제를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또 다른 한 명은 아시시의 주교로서 성인 임종 당시 이탈리아 남쪽 풀리아 지방에 있는 미카엘 대천사의 산에서 순례를 하고 있었고 성인이 임종하는 밤에 그에게 나타나 세상을 떠나 하늘로 가는 중이라고 말하였다고 합니다. 아시시에서 임종한 프란치스코의 영혼을 서로 다른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환시를 통해 동시에 알게 되었고 그림에서는 이 지리적 거리를 거리를 두 사람이 있던 건물을 앞뒤로 그려 표현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이 모습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아무 사실도 모르고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을 연상시켜주고 있습니다.


'그 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가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그래서 그들이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알렸지만 제자들은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마르코 16장 12-13절)

 

22. 기사 예로니모가 성 프란치스코의 오상을 확인함

성인의 임종 소식은 온 마을에 퍼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성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정말로 프란치스코가 예수님의 오상을 받았는지 의심하는 마음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였습니다. 그중에서 사려 깊고 교양 있는 예로니모라는 기사도 함께 있었는데 부활한 예수님을 자기의 손가락으로 상처에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다던 토마스처럼 오상의 사실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성인 앞에 무릎을 꿇어 손가락을 성인의 옆구리 상처에 찔러 넣어 확인하였고 그 순간 오상에 대한 의심은 예로니모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23. 글라라 성녀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

포르치운콜라에서 장례를 마친 후 성인의 유해는 무덤으로 정한 아시시의 성 조르조 성당으로 향하였습니다. 이동 중에 글라라 성녀와 그녀의 자매들이 있는 성 다미아노 성당을 지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잠시 멈추어 글라라 성녀와 자매들이 나와 프란치스코에게 마지막 입맞춤과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글라라회는 활동적인 프란치스코회와는 달리 엄격한 봉쇄 속에 관상과 기도로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따르는 수녀들입니다. 그래서 성 프란치스코가 말씀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당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면 성녀 글라라는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당신의 기도로 드러내신 분입니다. 그리기에 이 두 분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예수님의 모습은 완전체가 되는 것이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우리를 주님께 더 가까이 이끌고 계시는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를 잘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열정적인 아이의 모습과 함께 성인의 유해를 따라오는 군중의 행렬은 다미아노 성당에서 나오는 수녀들과 대치적인 그림의 구도를 보여줍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입성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비록 성인의 유해는 성 조르조 성당에 묻히게 되지만 성인의 삶은 성녀 글라라를 통해 계속 드러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위층 성당 평면도
A 제대  B 교황 좌  C 수도자 기도석  D 설교대  E 아래층 성당과 연결된 출입구  F 위층 성당 정문  1~28번 조토의 성 프란치스코 생애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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