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서 태어난 우리에게

우리는 모두 어둠을 지나왔다

by 산뜻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어둠에서 태어났다.


캄캄한 우주 속에는 무수히 많은

별과 은하들이 존재하고,

그중 우리 은하인 Milky Way는

무려 10만 광년에 이른다.

지구는 그 안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점에 불과하다.


또한, 모든 인간은 어두운 모태에서 처음 숨을 쉰다.

그 안에서 꿈틀이고,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받으며

온전한 어둠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처음으로 빛을 마주하게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둠에서 태어났음에도

우리는 늘 밝은 것만 보려 한다.

더 밝고, 더 높고, 더 귀하고, 더 명예로운—

인간의 기준에서 더 빛나는 모든 것들을 항상 탐한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빛과 어둠, 그 경계 위에서 끊임없이 살아간다.


그리고 빛은 언제나 어둠과 함께 있을 때 더 빛난다.

짙은 밤하늘의 별, 조명 아래 드리운 그림자,

심해 속 빛을 내는 물고기처럼.


사람의 내면도 마찬가지다.

고요히 가라앉은 심연에서야

더 반짝이는 통찰이 피어오르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 안의 어둠 같은

감정들을 자주 외면한다.

트라우마, 결핍, 상처, 나쁜 습관들,

그리고 그와 함께 따라오는

질투, 슬픔, 우울, 무기력, 분노의 감정들…


하지만 어둠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온전하게 존재하게 된다.


빛은 어둠 덕분에 빛날 수 있고,

오르막은 내리막이 있기에 의미가 있으며,

새살은 상처 난 시간을 견딘 후에야

피가 멎고 새로 돋는다.


이렇듯 슬픔이 있기에 기쁨은 더 찬란하고,

놓친 시간 덕분에 다시 만나는 순간은

기적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

어둠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법을 배워왔다.

처음엔 마냥 피하고 무서워했다.

이제는 아프고 도망치고 싶어도

감당하고 결단하며 맞선다.


그리고 강함은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끈질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때로는 고목보다 여린 풀잎이,

단단한 이보다 부드러운 혀가

더 강하다는 이치를,

몸소 깨달았다.


그러니 세상 물정을 모른다며

능력 없다고 나를 바보라 여기는 사람 앞에서도

더 이상 나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다.



_φ(・_・

내 안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나는,

이미 그 자체로 용감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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