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쩔 수 없는 물고기인가 보다

어항

by 산뜻

오늘은 넷플릭스에 1,3위 순위로 뜬 드라마 두 개를 봤다.


하나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나머지 하나는 <무인도의 디바>였다. 보다 보니 두 드라마 모두 유리 수족관이 나왔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수족관 안에 물고기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느낌을 받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런 마음 느껴본 적이 있는가 떠올리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원래 나는 서바이벌 예능을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마음 따뜻해지는 휴먼드라마가 왜 좋은지 모르겠다. 외로운 건가. 나도 어쩔 수 없는 물고기인가 보다.


1. 수조 안 vs 수조 밖

<무인도의 디바>에 주인공인 박은빈 배우는 가수를 꿈꾸는 목하라는 소녀를 연기했다. 하지만 섬사람이면서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목하는 좌절 한다. 목하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에 용기가 필요했고 이를 기호라는 친구가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우여곡절을 그린 드라마인데 목하가 섬을 탈출하면서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실종되었을 때 기호는 울분을 터트리며 목하 아버지네 횟집 수족관을 깨뜨려 버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기호가 목하에게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너 중이병 아니야. 나도 네 병이 뭔지 알아. 가만히 놔두면 죽는 병이야.”

인생에서 수조 밖으로 구해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 한 명을 만나는 것은 정말로 감동적이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고마움을 잃지 말자. 그 생각에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코끝이 시큰하고 찡했다.

2. 유리박스에 둘러싸여져 모두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배우 박보영이 주연으로 출연하여 정신과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이다. 간호사 다은은 환자들에게 마음을 담아 일하지만 이로 인해 내과 동료들에게 일이 느려 업무가 많아진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정신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은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 직장 사람들이 자신의 뒷얘기를 하는 건지 신경이 곤두서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정신병동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불안장애를 진단받고 입원해 있는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다은은 그 느낌을 ‘유리박스에 둘러싸여져 모두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나도 비슷한 느낌을 겪어본 적 있다. 결국 그 경험으로 깨달은 점은 튀지 말자였다. 혐오감은 사람을 두려움에 삼켜지게 한다. 만약 그런 환경에서 벗어난다 할지라도 나 스스로조차 혐오감의 먹이를 주게 되기에 쉽게 벗어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다 보니 지금 내 선택이 과연 내가 진짜 원하는 선택인지 마음속에서 갈등할 때가 많은 듯하다. 패션유행, 결혼식 문화, 직장 내 관습 등 모든 면에서 소위 ‘눈치’라는 것이 발달한 한국 사람들이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나도 적당히 눈치 보면서 살려고 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 나에게 말하고 싶다.


“산뜻아, 괜찮아. 나에게만이라도 제발 솔직해지자. 연습이 되지 않았다면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는 일만으로도 좋아.”


3. 숨 쉴 구멍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지만 혼자 버티고 주변에 얘기하지 못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정신과에 온 한 남자 실습생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공황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항상 불안에 떨지만 아무도 이를 모른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자리를 비우고 숨을 고르려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타인이 보기에 ‘뺀질거리고 건방진 놈’ 일뿐이다. 간호사 다은은 이 사람을 그런 시각으로 보지 않고 어디가 아픈 건지 그 마음을 들여다본다. 다은의 소꿉친구인 유찬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업무 압박으로 공황장애가 생겼다. 하지만 나약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싫어서 혼자 앓다가 결국 친구인 다은에게 자신의 병을 털어놓고, 다은이 자신에게 ‘숨 쉴 구멍’이라고 인정하게 된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나도 예전에 알던 언니가 급하게 연락이 와서 응급실에 데려다주었던 기억이 난다. 바이털은 정상인데 죽을 것 같다고 하고 응급실 간호사는 태연하게 진정제와 수액만 놔줬던 기억... 이 드라마에서 그랬다. 공황장애는 외로운 병이라고... 내가 보기에 정도의 차이이지 현대인은 모두 외로운 것 같은데 누구나 자신의 ‘숨 쉴 구멍’ 하나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마음을 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 내가 먼저 어깨를 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 나를 도운 사람도 숨 쉴 구멍이 필요할 테니까.

최근에 대화를 하다가 만약에 내가 딸을 낳았는데 내 딸이 별로인 남자를 만난다면 뭐라고 할 거냐는 친구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뭐라고 안 할 건데. 그냥 나중에 힘들거나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할 거야. 난 너랑 달라.”

조언을 해야 되지 않냐는 말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이 선택하고 스스로 느껴야 된다고. 아마 내가 원했던 어른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기다려주고 항상 그 자리에서 숨 쉴 구멍이 되어주는 나무 같은 어른. 천천히라도 좋으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2023.11.11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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