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연약한 것들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by 산뜻

지금은 오후 4시 9분, 여전히 햇살 가득한 오후다.


나는 햇살이 있는 시간에 밖에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자주 오는 이 카페의 이름은 '녹턴(Nocturne)'이다. 프랑스어로 '밤의 음악', '야상의 노래'를 뜻한다.

가장 유명한 녹턴은 쇼팽의 곡이다. 조용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한밤의 고요함, 감성, 사색,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 같은 것들을 담아낸다.


이 녹턴이라는 카페는 낮 동안 내내 문을 열어놓고, 통창 너머로 햇살이 어두운 실내를 밝혀준다. 어두운 인테리어와 대비되는 빛은 공간에 안정감과 균형을 만들어낸다. 낮의 빛이 안을 채우는 순간, 나는 밤을 품은 낮처럼 조용히 가라앉는다. 빛이 나를 어루만지고, 그림자가 가만히 나를 감쌀 때, 그 속에 앉아 있는 나는 홀로 사색에 잠긴다.


자기 안의 어둠을 조용히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방식이다.



지금은 소설 ‘모순’을 읽고 있다. 주인공인 안진진은 다정하면서 정갈하게 계획된 삶을 살아가는 나영규와,

어쩐지 어수룩하면서 이름 모를 작은 꽃 하나에 기뻐하는 김장우라는 두 남자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마음에 김장우를 너무 사랑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을 깨닫는다.

또한 나영규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가정사를, 김장우 앞에서는 어떻게든 숨기고 더 나은 자신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면서, 내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녹턴 카페도, 소설 ‘모순’에서도— ‘부족해 보이는 것’이 있다. 빛이 부족한 어두움, 흡족하지 않을 만한 어수룩함—


그리고 그러한 모자란 존재를, 나는 항상 끌려하고 사랑하게 된다.


‘내 안에도 어두움이 있어서일까?‘




요즘은 기리보이의 앨범 수록곡 중 '종이배'를 특히 인상 깊게 들었다. 상처받고 불안한 존재처럼 느껴지는 종이배. 다른 곡도 좋았지만, 가사를 곱씹으며 듣다 보니 왠지 내 마음이 더 끌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접은 종이배가 어디까지 갈까

물에 띄워 두고 나서 난 마음을 탄다

30분에 한 번쯤 바라봤다 말았다

물에 젖어 버린 후에 내 마음은 탄다"



조금은 투박해 보일지도 모르는, 고백 같은 솔직한 가사. 그 안에 종이배처럼 연약한 ‘진심’이 느껴졌다. 찢기고 젖어버릴까 봐 조심스러워하고 애타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마 이 곡은 기리보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나는 이 ‘타는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울컥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도 연약한 것에 조용히 끌리고, 어여뻐서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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