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는 힘에 대해서
바로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인 <데블스 플랜 2>이다. 이 프로그램의 독특한 점은 매 회차, 성적이 저조한 플레이어들이 ’감옥동’이라는 곳으로 이동해 탈락자를 가르는 매치를 별도로 치른다는 것이다.
나는 보통 밥을 먹을 때 이 예능을 자주 본다. 얼마 전에는 불육개장에 건면과 만두까지 추가해서 식사를 하며 시청하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흐엉엉’하고 눈물이 터졌다. 그 장면은 7화, ’감옥동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김하린 플레이어가 탈락하면서 남긴 인터뷰 내용이었다. 그녀는 생존 내내 감옥동에서 밤을 지냈지만, 놀라운 게임 실력으로 매번 살아남았다. 그리고 감옥동에서 나온 후 본 게임에서는 ’피의 드레스‘라며 붉은 원피스를 입고 항상 열심히 게임에 임하던 참가자였다.
<인터뷰 내용>
-중고등학생 때는 일주일에 딱 두 시간만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는데 그중 한 시간 반 동안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나머지 30분 애니메이션 보고 그런 식으로 시간을 사용했거든요.
저는 항상 제가 해야 되는 일이 하고 싶은 일보다 우선이었기 때문에 조급하고 쫓기고 그렇게 살았던 것 같은데 ‘데블스 플랜‘은 정말…(울음) 제가 처음으로 선택한 해야 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재밌었어요.-
보통 사람들이 노력하고 인내하는 중에 탈주 욕구를 가장 크게 느끼는 구간은 바로 ‘물이 끓기 직전’ 같은 시점이다. 95도 정도 되면 “왜 아직도 안 끓지?”라고 하면서 조급함에 불을 꺼버리는 경우가 많다. 전자레인지도 마지막 남은 10초가 가장 기다리기 힘들다. 그래서 다 돌아가기 전에 손이 먼저 가기 일쑤이다.
하지만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고, 집요하게 앉아서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해 본 사람들은 안다. 마지막 남은 10초와 5도를 ‘끝까지 견디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그리고 그 경험이 그 사람 고유의 묵묵함이 되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감동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해야 하는 일이 항상 우선이었고, 매일 쫓기듯 살았는데 처음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봤다며 그녀는 울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아쉬워서 나온 게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본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터진 마음의 울림이었다. 탈락이 발표되었을 때는 오히려 웃으며 인사했던 그녀의 얼굴에는 후회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나서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김하린 플레이어의 탈락이 다른 어떤 사람들의 탈락보다 내 마음을 울렸고, 다른 출연자들이 아쉬워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플레이하는 동안 묻어났고, 보였기 때문.
이 예능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끊이지 않는 불안에 자주 사로잡힌다. 해야 할 일, 이뤄야 할 목표, 지켜야 할 관계 속에서 각자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크게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도 하나의 ‘큰 불안‘과 같다. 시간도, 공간도, 지구도, 우주도 어느 것 하나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우리는 늘 여러 개의 ‘불안’ 속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결국 그 불안은 아무것도 아닌 ‘무(無)’ 아닐까? 어차피 통제할 수 없다면 그냥 두면 될 일이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이렇게 마음을 세팅하면 마음 비우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면 무슨 일이든지 더 집중할 수 있다.
또 주어진 환경 속에서 마음 중심을 지키며 묵묵히 쌓아가는 일을 수행해 나가면 그 묵직함은 어디 가지 않고 고스란히 나에게 남는다. 인내심으로, 성취감으로, 결단력으로, 평정심으로… 그리고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아 본 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감사함과 즐거움을 더 만끽할 수 있다.
_φ(・_・
당신의 치열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