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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89)

289. 야속한 세월[老處女], 오상렴(吳尙濂, 1680~1707)

by 박동욱

289. 야속한 세월[老處女], 오상렴(吳尙濂, 1680~1707)

스스로 홍안 아껴 고이고이 간수해도

거울 속 비친 눈썹 아무도 보지 않네.

세월이 당당하게 지나서 얄미우니

규방의 사람 위해 잠시도 안 머무네.

自惜紅顔好護持 無人看取鏡中眉

生憎歲月堂堂去 不爲空閨駐少時


[평설]

젊었을 땐 얼굴을 관리도 했었지만, 이제는 예전과 외모가 확연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남자들의 따가운 눈길도 받았지만, 이제는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세월은 그렇게 성큼성큼 지나가서 조금도 멈출 줄을 몰랐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용모는 잠시만 허락받을 뿐이다. 그리고 쭉 달라진 외모에 놀라고 돌아갈 수 없는 외모에 실망한 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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