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아낌없이 주는 나무[道傍松皮剝盡], 김종직
304. 아낌없이 주는 나무[道傍松皮剝盡], 김종직
수도 없이 많디많은 앙상한 소나무는
흉년에 제 껍질을 아끼지 않았는데,
아 나는 부질없이 부절만을 지녔으니
어찌 다만 급대부 그분께만 부끄러우리.
骨立千株復萬株 凶年曾不惜肌膚
嗟我謾持河內節 豈徒羞煞汲大夫
[평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소나무의 껍질이 다 벗겨져 있다. 사람들이 먹을 게 없자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먹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초근목피(草根木皮)다. 급대부(汲大夫)는 바로 한(漢) 나라 때의 직신(直臣)인 급암(汲黯)을 가리킨다. 급암은 화재로 발생한 이재민을 구휼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빈민을 임의로 구제하기 위해 자신의 부절을 보여주고 곡식 창고 열게 했다. 이 일은 황명을 사칭한 대역죄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급암은 어려운 빈민을 위해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행동했다. 반면 자신도 부절을 가지고 있는 지방관이지만, 빈민들이 소나무 껍질로 연명을 하는데도 아무런 일을 못하고 있었다. 김종직은 지방관으로 백성을 구제하지 못한 일에 대한 반성과 자책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