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1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하늘에서 눈물 흘리리


朝聞夕死可 이치 알면 곧 죽어도 좋을 것이니,

何必怨蒼天 어찌 반드시 하늘을 원망하리오.

親年今八十 부모 연세 이제 여든 되시었으니,

淚灑白雲邊 흰 구름 가에서도 눈물 뿌리리.

강규환(姜奎煥, 1697~1731), <絶筆>




[평설]

강규환은 18세기 초의 정통 주자학자였다. 고질병을 앓다가 34살의 짧은 삶을 마쳤다. 김근행(金謹行)의「賁需齋先生行狀」을 살펴보면 강규환이 죽을 때의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임종 하루 전에 손수 세 통의 편지를 제부(諸父)와 둘째 외숙[仲舅], 친구 김한철(金漢喆)에게 써서 각각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그리고 임종하는 날 저녁에 절명시를 쓰고 세상을 떠났다.

아침에 진리를 터득하면 저녁에 죽더라도 한이 없으니 하늘을 탓할 것은 없다. 짧은 인생 값있게 살다가면 그뿐이다. 그러나 여든이나 되신 연로한 부모님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마음에 걸려서, 죽고 난 뒤 하늘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라 했다. 순명(順命)은 할 수 있지만 천륜(天倫)은 어쩔 수 없었다.


[작가]

강규환(姜奎煥, 1697∼1731):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장문(長文), 호는 존재(存齋)·비수재(賁需齋). 1723년 사마시에 합격하였고, 1728년 이인좌(李麟佐)의 난이 일어나자, 영남안무사 박사수(朴師洙)의 종사관으로 수행, 안동에 이르러 경상도 사민(士民)을 모아 군대를 편성, 군사의 조련을 담당하였다. 한편, 관찰사 황선(黃璿)과 수시로 내왕하며 작전에 관하여도 상의하였다. 이때의 공으로 이듬해 장릉참봉(章陵參奉)이 제수되었다.


아르장퇴유의 가을.jpg 모네, 아르장퇴유의 가을, 1873, 캔버스에 유채, 영국 런던 코톨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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