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_도망치고 싶은 어른의 조용한 다짐
아침 공기가 코끝을 스치면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오늘도 또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
같은 루틴의 반복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일상이지만,
나는 이 시간을 꽤나 사랑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하루들이 모여
내가 꿈꾸는 삶에 닳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사람을 만난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표정을 살핀다.
고객이라는 이름이지만, 그들은 나에게 하나의 이야기이고, 하나의 온도다.
불편함을 안고 온 사람에게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줬을 때,
그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진다.
그때마다 '내가 누군가의 하루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싶어
지금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긴다.
사람을 만나는 건 때론 피곤하고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
그리고 그게 결국 '일을 한다'는 행위의 진짜 의미인 것 같다.
단순히 무언가를 팔고,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와 감정을 쌓아가는 것.
그게 내가 매일 '살아가고 있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진짜 이유다.
하루 중 짧게나마 러닝을 한다.
그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 고여 있던 감정들을 땀과 함께 밀어내는 시간이다.
두 다리를 앞으로 밀어낼 때마다,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묘한 안도감이 든다.
어떤 날은 지쳐서 걷고, 어떤 날은 힘차게 달리지만,
어쨌든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건 곧 '살아있다'는 증거다.
나는 매일 팔고, 설득하고, 설명한다.
이런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지칠 법도 한데,
어느새 그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무언가를 판다'는 건 누군가에게 내 진심을 전하는 일이고,
'산다'는 건 누군가의 진심을 믿어주는 일이니까.
이 단순한 상호작용 안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상이 결국
내가 바라는 삶의 풍경으로 이어지리라는 걸 안다.
아내와 함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살고 싶다는 오래된 꿈.
텃밭을 가꾸고, 고양이 한 마리와 살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조용한 나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내 사람'만 있는 그런 삶.
물론 아직 그곳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일상들이 분명히 그곳을 향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고, 뛰고, 팔고, 살아가는 이 리듬이
나를 내가 원하는 삶으로 천천히 데려다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 단순한 하루를 소중히 살아간다.
한 사람을 더 만나고, 한 번 더 뛰고,
내가 가진 것을 진심으로 전하고,
그걸 믿어준 누군가 덕분에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
이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이건, 내가 꿈꾸는 삶을 향해 가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