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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Dec 09. 2022

쌍수해서 눈이 커지면 세상이 더 잘 보일까?

인종차별 아니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내 눈이 어때서?


내 외모가 연예인처럼 출중하진 않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내용물을 변형 없이 잘 보존해온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때는 속쌍꺼풀이 못내 아쉬워 쌍수로 눈을 크게 키워볼까도 생각했었다. 수술도 무섭고, 행여나 잘못되었을 때의 뒷감당도 무서워, 우물쭈물 생각만 하다 찬란한 젊은 시절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한국을 떠난 후로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종횡무진 다니며, 성형외과는 물론 그 흔한 피부마사지실이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다. 사실상 쌍수에 대한 갈등 따위는 내 인생에서 사라진지 벌써 오래다.


구멍 난 맘보바지를 입고 다니든, 한여름에 털스웨터를 걸치든, 머리에 팬티를 뒤집어쓰고 다니든,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 자유로운 곳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왔다.


거울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사하라 사막에라도 한번 다녀올라치면, 샤워는 커녕 세수도 못한 채 몇날 며칠이고 낙타를 타고 돌아다녔다. 폭탄 맞은 듯 헝클어진 머리는 소금을 흩뿌린 요리 마냥 모래 알갱이를 뒤집어쓰기 일쑤였고, 얼굴은 땟국물로 꾀죄죄했다. 자글자글한 잔주름과 기미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내용물이 훼손되어간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렇듯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외모에 대해 무관심하던 때였다. 입만 열었다 하면 티키타카 말장난으로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나의 프랑스 친구 파트리샤가 내게 말했다.


“사라!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뭘?”

“이거, 인종차별 절대 아니고,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뭔데 그래?”

“너, 그 눈으로 사물이 제대로 보이긴 하니?”

“뭐라고?”

“난 사실 오래전부터 알고 싶었어. 동양인의 그 작은 눈으론 세상이 절반밖에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야”


서양인들의 눈에 동양인이란, 아무리 예뻐도 아무리 못생겨도 다 똑같아 보인단다. 게다가 작고 찢어진 눈으로 세상이 제대로 보일 리 없을 거란 착각까지 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다.


그녀의 물음에 나는, “너 참 재수 없다! 그래, 내 눈엔 절반밖에 안 보이는 데다 사물이 찌그러져서, 네가 아주 키 작은 난쟁이로 보인다. 됐냐?” 로 응수하며 멀쩡한 파트리샤를 Freak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동양인 중에 눈을 뜨고 있어도 마치 감은 것처럼, 유독 눈이 작은 사람들에겐 사물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나 역시 정말 순수하게 궁금했다.


들여다보지 않은지 만년은 된 것 같은 거울 앞에서 양손으로 눈꺼풀을 잡고 눈동자를 살짝 덮어보았다. 시야에 들어온 사물이 조금 가려져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눈 크기에 따라서 보이는 사물의 반경이 달라지는 걸까? 그렇다면 쌍수해서 눈이 커지면 세상이 더 맑고 환하고 넓은 스펙트럼으로 잘 보이게 되는 걸까?


물론, 사실이 아닐 테지만, 파트리샤의 짓궂은 질문으로, 오래전 내 속에서 일었던 해묵은 갈등이 다시금 살아났다.


“아흑, 눈을 팠어야 했나?”





눈이 클수록 아름답고 지혜롭다고 여기는 서양인의 기준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그는 동양인치고 비교적 큰 눈을 가진 청년이다. 하루는 함께 수업을 듣는 영국 여학생이 다가와서는 그 클래스 안에 있는 다른 한국인 험담을 하더란다. 그 영국 여성에게는 그 한국인의 눈이 작은 것까지 험담 거리였다. 그리고는 나의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너는 눈이 크니까, 우리 둘은 말이 잘 통하겠다. 그치?“


눈이 크면 혜안도 뛰어난 건가? 눈이 큰 사람들끼리는 말이 잘 통할까? 그런 말도 안 되는 헛된 믿음은 어디서 왔나?


서양인은 기본적으로 동양인보다 눈이 크다. 그럼에도 서양 여성들은 아이섀도와 아이라이너로 그 큰 눈을 더 크게 만드려고 애를 쓴다.


미국 동부의 상류층에서는 재산 학벌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데, 바로 외모이다. 눈과 키는 크면 클수록 더 우대받는다는 것! 그 기준이란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작년에는 크리스챤 디올의 광고 사진이 중국인을 발끈하게 했다. 그 사진은 Chen Man이라는 중국 작가가 찍은 사진이었다.



우측 사진은, 중국인들이 분노한 문제의 그 디올 광고 사진이다. 좌측은 그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Chen Man이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영화배우 같은 비주얼에 깜짝 놀랐다. 역시 인간은 '아름다움'에 약한 것인가!


여론을 의식한 그녀는 분노한 자국민들에게 공개사과를 했고, 디올은 그 사진을 서둘러 내렸다. 나는 그 사진이 그렇게 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중국인들 눈에는 추해 보였나 보다.


왜? 설마 눈이 작아서?
작가 고유의 예술적 영역인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다 있나?
어.쨌.거.나
난 여전히 무쌍을 고집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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